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중심으로 6조원가량 급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폭풍에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전 이른바 ‘막차 수요’가 겹친 탓이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수요를 더 자극하며 우려를 사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5월 가계대출은 지난달 29일까지 6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6조5000억원)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올해 2월(4조2000억원)부터 가계대출은 △3월 4000억원 △4월 5조3000억원 등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5대 은행에서만 지난달 4조2108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월 말 743조848억원에서 지난달 29일 747조2956억원으로 증가했다. 5월 30~31일 실행분까지 더하면 지난 4월 증가분(4조5337억원)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처럼 지난달 가계대출이 급증한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 우선 올해 2월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청·청담동)’ 지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시 해제한 후폭풍이 5월에도 작용했다. 일반적으로 주택 거래와 실제 대출 실행 간에는 최소 1~2개월 시차가 존재한다.
여기에 올해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기 전 최대 한도로 대출을 받으려는 막바지 자금 수요가 겹쳤다. 3단계 스트레스 DSR 이후엔 전 금융권 모든 가계대출로 스트레스 금리(가산금리) 적용이 확대될뿐더러 스트레스 금리 수치가 올라 대출 한도가 줄기 때문이다.
문제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까지 예견됐다는 데 있다. 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는 만큼 이는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하게 된다. 이에 따라 6월은 물론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6·3 대선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며 가계대출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시장에선 연말 기준금리가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총 네 차례 회의를 남겨뒀다. 전문가들은 최소 한두 차례 추가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이 최근 들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취급 제한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월별·분기별은 물론 연간 가계대출 총량까지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이 미리 막차 수요가 몰릴 것을 우려해 선제 대응하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신청이 몰리자 일일 신청 건수를 150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2일부터 대면 전세자금대출 대환대출 취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앞서 지난달 29일부터는 대출모집인을 통한 6월 실행 주담대 접수도 멈췄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요인이 겹쳐 최근 가계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은행은 예대금리차 때문에 이자율을 올리기도 쉽지 않아 심사 강화로 대출을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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