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부동산] 서울 핵심지, 대선 앞두고 '눈치보기'...강북권은 '갭메우기' 꿈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와도 보여줄 매물이 없어요. 매물이 많고 팔려는 집주인이 많아야 매수자도 이것저것 고르면서 빨리 살려고 하는데 매물 자체가 안 나온지 꽤 됐습니다.” (목동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서울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 토지허가거래구역 재지정 등 규제 강화와 함께 대선 국면 속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급감한 거래량이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 예정인 데다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토허제 해제 전 거래량을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올해 들어 급격하게 아파트값이 상승했던 강남권 등 선호 지역에 비해 잠잠했던 하급지 위주로 수요가 몰리며 이들 지역의 집값이 상승하는 '갭메우기'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물 이날 기준 8만2540건으로, 토허제 재지정 직후인 3월 24일 대비 8.4% 감소했다. 특히 재지정으로 다시 규제를 받게 된 강남 3구(송파구 -28.3%, 서초구 -23.8%, 강남구 -13.9%)와 용산구(-20.4%)에서 매물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가파른 집값 상승세로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매물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모습이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하지만 토허제 해제가 있었던 3월에 매물이 빠르게 소진된 이후 잘 나오지 않는다. 강남 등 상급지 집값이 많이 올라서 이 아파트를 팔고 더 좋은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갈아타기'용 매물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관망세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2월 6550건에서 3월 9919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4562건으로 급락했다. 지난 24일까지 신고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309건으로 아직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4월(5262건)의 절반 이하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정책 불확실성과 7월 DSR 3단계 규제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 지 불확실해 보이기 때문에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주인은 집값 상승을 예측하며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자들은 집값이 너무 올라 관망하는 동상이몽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거래량이 줄면서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이 나오는 대로 상승거래가 포착되고 있다. 강남권·재건축 등 선호 단지 뿐만아니라 토허제 재지정 기간에도 집값이 잠잠했던 비강남권 지역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서구 우장산힐스테이트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12억에 거래돼 2021년 8월 기록했던 신고가를 회복했다. 강서구 마곡엠밸리14단지 전용 84㎡는 이달 3일 직전 거래가(14억 9500만원) 대비 1500만원 오른 15억 1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집값 급등 시기였던 2021년 이후 4년여 만에 15억원대에 재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DSR 3단계 여파로 수요 당김 효과가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당분간 갭매우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남 연구원은 "그 동안 상급지 중심으로 너무 많이 올랐던 지역이 일부 조정에 들어갔고, 전세 매물은 부족한데 가격은 상승해서 실수요자들이 DSR 3단계 시행 전에 매수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이 갭메우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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