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펀치, 황금의 제국, 태왕사신기 등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고,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사가 있다. 설경구 배우가 연기한 박동호는 말한다.
“누명은 말 한마디로 충분하지만, 무죄를 입증하는 건 천 마디 말로도 부족하다.”
그 한 문장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통받는 수많은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천 마디 말로도 부족한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은 얼마나 긴 싸움을 견뎌야 했을까.
최근 국회 강민수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단연 눈에 띈 이는 김영환 의원이었다.
그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불거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정황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지난 10여 년간 납부한 추징금은 총 2,682억 원.
그러나 1995년 구속 당시 밝혀진 비자금 조성액이 4,600억 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재판에서 공개된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 따라 추가 비자금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다면, 이는 단순한 과세 문제를 넘어선다.
비자금의 총액과 조성 경위, 은닉처까지도 철저히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시 그 메모 한 장으로 누명을 쓴 이가 있다면, 그 억울함 역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돌풍 속 박동호는 또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그는 이어진 대사에서 고백하듯 속내를 드러낸다.
“근데 한번은 믿어보고 싶다. 진실이 이길 거라고.”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노태우 비자금의 실체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진실은 늘 늦게 오지만, 결국 도착한다는 믿음. 그 믿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는 끝까지 질문하고 기록해야 한다. 박동호의 바람처럼, 진실이 이기는 날을 우리 모두가 목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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