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북한의 유엔 대북제재 위반 철저히 찾아내 불법 자금줄 차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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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입력 2024-04-2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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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최근 북·러 및 북·중 관계가 더욱 밀착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2023년 9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북·러관계가 군사적 협력관계로 발전되고 있어 동북아지역은 물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까지 그 파급영향이 미치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 포탄 등 전쟁물자를 비밀리에 조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2023년 5월과 8월, 두 번씩이나 실패했던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북·러정상 회담 직후인 지난해 11월 성공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했을 개연성이 있다. 북한의 전쟁물자 지원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을 장기화시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에 열린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어 종신집권의 길을 열어놓았고, 한반도 안정과 나토국가에 대해 한층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주변에 있는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은 향후 3년 내 러시아의 침공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시진핑 주석도 북·러관계의 급격한 개선에 자극을 받아 북한과의 우호증진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13일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방북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하였다. 김정은은 러시아와 중국을 등에 업고 2023년 5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였으며, 올해에도 총 8차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도발 행위를 일삼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중 간의 기술패권경쟁으로 바이든 정부와 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간의 긴장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유엔 대북제재 위반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유엔 안보리에서 기막힌 사건이 발생하였다. 러시아가 북한의 유엔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연장하는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2009년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라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설치되었으며, 그동안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사이버 해킹 등 북한의 위반사례를 찾아내어 북한을 압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러시아는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 무기를 불법적으로 지원받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해 왔는데, 이것은 명백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푸틴 정부는 전문가 패널 활동으로 북한과의 무기거래 물증 등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여, 아예 전문가 그룹의 대북감시 활동을 중단시켰다. 이러한 러시아의 조치는 북한 김정은에 큰 선물을 안겨 준 것이며, 유엔의 대북제재 감시활동에 구멍이 뚫리게 되었다.
 
김정은 정권은 그동안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서 안간힘을 써왔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는 북한 김여정이 문 정권을 향해 거래를 시도했다. 이른바, 종전선언을 하는 조건으로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한미연합훈련과 전략무기투입 영구중단을 맞바꾸자는 것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그러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과 문 정부의 요청에 동조하지 않았다. 북한의 도발 행위를 막고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은 유엔의 대북제재이다. 국제사회의 왕따 국가인 러시아와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 프레임을 망가뜨리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중국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에 의해 생산된 중국산 수산물이 한국에서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미국 의회는 “한·미·일 간의 공조를 통해 수입을 차단해야 하며 유엔 안보리가 용납해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수산물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2375호와 2397호를 위반하는 행위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 연해주에서 벌목공으로 일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유학생, 관광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분을 세탁하여 공장, 식당 등에서 일하며 북한의 외화벌이에 착취당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노예노동으로 벌어들인 돈이 김정은 일가의 호의호식과 미사일·핵무기 개발의 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거에도 북한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서 나온 자금을 핵 개발에 사용하였다는 비난이 제기되었다. 북한은 남북경협에서 확보된 자금을 북한 주민을 위해 쓰지 않았으며,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하였다.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었으며,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광명성 4호) 발사로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었다. 그 후 김정은 정권은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이 보내오는 외화벌이와 가상화폐 해킹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가 중국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강제노역으로 생산된 수산물을 구매할 경우, 북한 김정은 정권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현재 북한은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였으며 핵 무력을 북한 헌법에 규정하였고, “핵무기로 선제공격을 하겠으며, 무력통일을 하겠다”라는 협박을 일삼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강제노동 수산물이 국내에 유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의 유엔 안보리 위반사례를 철저하게 찾아내어 불법 자금줄을 차단해야 한다. 한·미·일이 협조하여 국제사회와 연대감을 구축하고 중단된 유엔의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활동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을 감시하고 차단해야 한다. 러시아, 중국 등에서 착취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의 노예노동 등 인권유린 실태를 국제사회에 고발해야 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탈북민들의 북한 강제송환도 중지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특임 강의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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