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배재고 야구부의 광주행…'단죄의 칼날'보다 '교육의 힘' 믿을 때다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이른바 ‘스타벅스 응원 구호’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고등학교 야구 경기장에서 시작된 스포츠맨십과 동료 의식을 저버린 일탈이 학교와 교육계의 울타리를 넘어, 정치권과 온라인 공간으로까지 무섭게 번져가는 양상이다. 

디지털 세상의 파급력을 탄 온갖 비난과 억측, 정치적 공방은 확산일로를 걷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진영 간 갈등과 반목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역사 인식의 부재를 넘어,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의 이념적 균열과 혐오 정서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오늘 오후로 예정된 배재고 방문단의 광주행은 이번 사태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배재고 교장과 야구부 지도자, 선수 등 80여 명으로 구성된 방문단은 직접 광주를 찾는다. 이들은 5·18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현장 역사 교육을 받는 한편, 상대교였던 광주일고와의 화해의 시간을 갖고 공식 사과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잘못을 회피하거나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대신, 논란의 중심에 선 이들이 직접 역사적 아픔의 현장으로 내려가 고개를 숙이기로 결정한 것은 백번 마땅하다. 이는 피해자인 광주일고 학생들과 상처 입은 광주 시민들을 향한 당연한 결자해지이자, 사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번 광주 방문이 단순한 일회성 면피용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들의 발걸음이 지닌 사회적·교육적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갈등을 키우는 ‘정치적 응징’이나 낙인을 찍는 ‘징계’보다, 잘못을 바로잡는 ‘교육’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어린 학생 선수들이 무심코 던진 돌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그 상처의 역사를 몸소 배우는 과정 자체가 살아있는 민주시민 교육이다. 광주 역시 이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포용으로 다독여줄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반목을 끝내고 한 단계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기성세대가 구축해 놓은 디지털 혐오 지형과 무분별한 알고리즘이 청소년들의 의식을 어떻게 오염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방증이기도 한다. 철저한 인성교육이나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기술과 승부만을 강요받아온 학생 선수들은 이러한 온라인 유해 환경에 가장 취약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아이들을 혐오의 늪으로 내몬 기성사회가 정작 문제가 터지자 손가락질과 처벌에만 골몰하는 것은 지독한 모순이자 무책임의 소치다. 이제는 정치권까지 가세해 진영 싸움의 도구로 소비되던 이번 사태를 하루빨리 수습해야 할 때다. 비난과 혐오의 자극적인 언어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는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제2의 배재고 사태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다. 체육계 전반에 걸친 올바른 역사 교육 대책 체계를 수립하고, 청소년들 사이에 독버섯처럼 퍼진 ‘혐오 놀이 문화’를 근절할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엘리트 스포츠라는 미명 하에 승부와 기술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학생 선수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인권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닌 당당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전인적 교육 시스템의 리부트가 절실하다.

갈라진 사회는 상처를 헤집는 손가락질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는 반성과 이를 품어주는 관용을 통해 수습된다. 배재고 야구부의 광주 방문이 해묵은 혐오와 갈등의 쇠사슬을 끊어내고, 우리 사회가 상생과 화합의 길로 접어드는 소중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가혹한 징계의 칼날보다 무서운 것은 성찰 없는 사회다. 지금은 고교 선수들의 실수를 단죄하기보다, 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교육의 힘을 믿고 기다려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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