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학공장 추가폭발 막아라"…화재 진압부터 방제·대피까지 '일사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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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4-03-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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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안부·환경부·소방청·지자체·공공기관 등 35개 기관 참여

  • 1시간40여분 간 복합재난 대응…피해 최소화 '초기대응' 방점

27일 오후 행정안전부 등 35개 유관기관이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산업단지 석유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를 가정해 각 기관 별 복합대응에 나서는 레디 코리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배근미 기자
27일 오후 행정안전부 등 35개 유관기관이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산업단지 석유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를 가정해 각 기관 별 복합대응에 나서는 '레디 코리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배근미 기자]


"119죠? 여기 BTX공장에서 작업 중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빨리 좀 와주세요!"

아직 한낮에도 봄바람이 차가웠던 27일 오후 2시 30분, 충청남도 서산시에 위치한 한화토탈에너지스 공장 톨루엔 탱크에서 난데없이 불꽃이 튀었다. 위험화학물질로 가득찬 이곳에 정전기가 발생해 이내 불길로 번진 것이다. 불은 탱크 바로 옆 공장으로 번져나가 순식간에 연쇄 폭발과 화재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공장 내부에서 정기 보수작업을 진행 중이던 일부 작업자들이 부상을 입었고 간신히 대피한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다급히 소방서(119)에 화재 신고에 나섰다.

이후 현장에 소방대가 도착한 것은 사고 신고 접수가 이뤄진 지 불과 2분여 만이었다. 119 신고 접수와 함께 해당 공장에서 자체 운영 중인 기동소방대가 먼저 출동해 조기 대응에 나선 것. 기동소방대는 생산공정을 멈추고 추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사내 근무자들을 대피시켰다. 거센 바람 속 불길이 주변 사업장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인근 사업장들도 불길 진압에 동참했다. ​신고를 접수받은 119 종합상황실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행정안전부와 유관기관인 환경부, 충청남도, 서산시 등에 즉시 상황을 알렸다. 

사고 신고 8분여 뒤 화재 진압과 유독가스 제거 등을 위한 소방서 펌프차와 구급차, 제독차, 사고현장 관리를 위한 경찰차 등이 거센 사이렌 소리를 내며 현장에 도착했다. 연이어 금강유역환경청과 화학물질안전원 등도 사고지, 주민 거주지역 등 지점별 측정·분석을 통해 피해 확산 영향범위를 파악해 전파현장지원에 나섰다. 화재 불길을 잡기 위한 거센 물줄기가 공장 곳곳에서 뿌려졌고 관내 보건소는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해 사상자 분류, 중증도 분류, 응급처치 및 병원 이송 등에 발빠르게 나섰다. 
 

27일 충남 서산의 한 석유화학공장에서 복합재난 상황을 가정한 범정부 레디 코리아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배근미 기자
27일 충남 서산의 한 석유화학공장에서 복합재난 상황을 가정한 범정부 '레디 코리아'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배근미 기자]


재난 컨트롤타워인 행안부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미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다 공장 내 유해화학물질이 인근 주거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위적인 대응이 시급한 만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소방청 등 범정부 총력 대응체계로 전환한 것이다. 최초 상황보고를 받고 즉시 사고현장으로 이동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신속한 재난상황 수습과 주민피해 최소화 지시에 나섰다. 

공장 인근 주민들에게는 재난문자와 함께 긴급대피 조치가 내려졌다. 관할 지자체인 서산시는 유해화학물질 확산 위험지역 내 주민들을 안전한 대피장소로 이동시키고 구호물자를 지급하는 데 주력했다. 또 사고현장에 통합지원본부를 운영해 폐기물 수거 등 수습·복구작업을 진행했고 오염물질과 섞인 소화수가 바다로 유출되지 않도록 오염수 회수작업도 진행했다.

현장 투입 인원들의 총력 대응에도 위기의 순간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사고 발생 20여분이 지났을 무렵 한시라도 빨리 불길을 잡으려는 소방대원들의 긴박한 움직임이 무색하게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인근 공장으로 번진 것이다. 이로 인해 벤젠과 톨루엔 등 유해화학물질이 다량 유출되는 등 현장 상황은 한층 심각해졌다. 이에 현장대응단장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현장인원들은 즉각 활동을 중단하고 대피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긴급구조통제단도 통합지휘회의를 열고 현장 상황판단과 대응책을 강구했다.

사고 규모 확대에 따라 소방당국은 동원령 1호를 발령하고 가용인원 추가 투입에 나섰다. 이후 당국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불길을 잡기 위해 종합방수 채비에 나섰다. 종합방수는 현장에 투입된 모든 소방차량들이 화점을 중심으로 차량을 집중 배치하고 대량방수를 실시해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통해 끝내 거센 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화재 진압이 일단락되면서 추가 사상자 파악을 위한 내부 인명수색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화재진압과 인명구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이후 현장복구와 수습 등이 이뤄졌다. 경찰서는 사고현장 인근 지역 교통 통제에 나섰고 통신사는 해당사고로 폭주하는 이동전화 사용으로 다운된 시스템과 파손된 통신시설 복구를 진행했다. 한국전력공사와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은 임시 전력공급과 재난현장 내 전력설비 피해 확인 및 안전 여부 파악 등을 진행했다. 이번 사고의 구체적인 원인 분석과 현장 안전진단에는 전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직접 투입돼 눈길을 끌었다.  

한편 행안부 주도로 총 35개 유관기관들이 참여한 이번 훈련은 지난 2012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와 같은 유해물질에 의한 대규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최근들어 기후변화와 함께 국내외 재난사고가 연쇄·복합적인 데다 예측이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사고 조기 대응을 위해서는 각 기관의 사고대응 역량과 간 기관 간 유기적 협력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서다. 

이날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대응점검에 나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레디 코리아 훈련을 연 4차례로 확대 실시하려고 한다"면서 "훈련결과를 토대로 대형·복합재난에 대한 대응체계가 현장에서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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