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의 핀스토리] 신용 낮고 급전 찾는 서민들, 지난해에도 2금융권으로 몰렸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동근 기자
입력 2024-03-21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리볼빙·카드 등 역대 최대…높은 이자 주의 필요

  • 돈줄 막힌 서민들 보험약관대출 실행…불황형 대출↑

  • 서민 정책금융상품 연체율 급증…정부 누적 4조원 대신 갚아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서민 가구는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조사한 작년 4분기 소득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 가계지출은 147만원인데요. 1분위 가구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월 117만8000원에 불과했습니다. 생활을 위해 약 29만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죠.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은 급전을 찾아 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는데, 높은 이자로 인한 연체는 걱정입니다.
 
돌고 돌아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리볼빙·카드론 역대급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꼽히는 리볼빙과 카드론 등 카드 관련 대출이 지난해 말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revolve(돈다)'라는 영어단어에서 나온 리볼빙은 카드 소지자가 약속한 결제일에 최소의 금액만 지불하고 나머지 잔액을 다음 결제일로 넘기는 결제방식입니다. 소비자들은 카드할부와 비슷하게 생각하며 리볼빙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지만 그래서는 안됩니다.
 
갚을 횟수가 정해진 할부와 달리 리볼빙은 이월 금액뿐 아니라 다달이 추가되는 이자와 본인이 또다시 쓴 카드값이 더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자와 원금이 계속 추가되면서 갚아야 할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죠. 지난달 기준 카드 리볼빙 서비스 수수료율은 평균 15%가 넘는 수준으로 일반 신용대출 대비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리볼빙 잔액은 지난해 11월 역대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2020년 말 5조4000억원이던 리볼빙 잔액은 2021년 말 6조1000억원, 2022년 말 7조3000억원으로 쭉쭉 오르더니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는 7조5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11월 이후로는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리볼빙에 대한 위험성 안내를 진행하는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규모 또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 1월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212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카드론 금리는 평균 15% 이상인데 법정최대금리인 20%에 달하기도 합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카드론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카드값을 갚지 못하는 사람도 늘고 있죠. 카드 연체율은 9년 만에 최고치로 기록됐습니다. 지난해 말 연체율은 1.88%로 전년 말 대비 0.63%포인트 올랐는데,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층이 주로 사용하는 카드론 등 연체율이 크게 올랐습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포함한 카드대출채권 연체율은 3.67%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 금융권은 서민들이 ‘빚의 늪’에 빠질까 우려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금융사들은 건전성 확보를 위해 대출 기준을 보수적으로 잡고 규모를 줄여나갑니다. 돈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2금융권에서도 빌릴 수 없게 된다면 불법 사금융으로 향할 우려도 있습니다.
 
서민 대상 정책금융상품들의 연체율이 일제히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지난해 대위변제율은 21.3%로 집계됐는데 이 비율은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사람이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비율을 뜻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가 정책금융상품 대출을 대신 갚은 규모는 누적 4조9478억원에 달합니다. 이 중 차주로부터 돌려받은 금액은 7970억원으로, 미회수 금액은 4조1399억원에 달합니다.
 
'불황형' 보험약관대출 최대…보험 해약건수도 오름세 
아울러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약관 대출 규모 또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적립금 손해를 감수하고 보험을 깨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죠.
 
보험약관대출은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하기에 빌리기 쉽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작으니 대출 심사도 필요 없고, 중도 상환 수수료나 연체이자도 없습니다. 자금줄이 막힌 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죠. 보험약관대출을 진행한 사람 중 약 3분의1은 이곳저곳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기도 합니다. 이에 금융권에선 보험약관대출을 불황형 대출이라고도 부릅니다.
 
아울러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합계 보험 해약 건수는 2021년 1만1466건에서 2022년 1만1654건, 지난해 1만292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보험을 해약하는 고객도 늘고 있는 것이죠. 서민들에게는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