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유럽도 '강제노동' 규제 경고등…"韓 기업도 관련 리스크 점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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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4-02-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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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된 물품에 대한 글로벌 무역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있어 한국 기업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공급망에 켜진 또 다른 경고등:강제 노동 규제 동향과 우리 기업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UFLPA)으로 촉발된 강제 노동 생산품에 대한 무역 제재가 대폭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UFLPA에 따라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채굴·생산·제조된 모든 제품을 일단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추정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중국산 원료나 소재·부품을 사용한 제3국산 제품까지도 광범위하게 제재하고 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2022년 6월 UFLPA 시행 이후 22억 500만 달러(누적액)에 달하는 수입품이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의심돼 통관이 보류됐지만 통관 보류 대상 수입품 중 최종 선적지가 중국인 비중은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가 53%로 가장 높았고, 이어 베트남 26%, 태국 7% 순이다.

품목도 확대되는 추세라, 당초 UFLPA 적용 우선순위 품목은 면화‧토마토‧폴리실리콘 등이었지만 현재는 전기차 배터리‧알루미늄 등 자동차 부품과 산업용 원부자재까지 제재 범위가 늘었다.

특히 유럽(EU)도 올 초 UFLPA와 유사한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 규칙'에 대한 입법을 완료해 강제노동 규제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규칙 초안은 소량의 부품이라도 강제 노동과 결부됐다면 EU로의 수입을 금지한다. 특히 EU 시장 내 출하‧판매뿐 아니라 EU를 통한 역외 수출까지 금지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강제노동 사용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회원국의 관할 당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EU 의회는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UFLPA와 같이 입증책임을 기업에 부과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 규칙이 도입되면 최근 강화되는 EU의 대중국 견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해당 규칙이 핵심 광물 분야의 대중국 의존도를 축소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집행위·이사회·의회 삼자 합의가 타결돼 발효를 앞두고 있는 EU의 공급망실사지침에서도 강제노동을 실사 대상으로 포함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망실사지침은 기업의 자회사·협력사 등을 포함한 공급망 전반에 대한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EU 내 일정 규모 이상 매출이 발생하는 EU 역외기업도 대상이 돼, 실사 의무를 위반할 경우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중국산 원료·소재·부품의 제3국 내 가공·조립 증가, 고강도 규제 대상인 중국 신장위구르산 소재·부품 사용, 중국 당국 통제로 인한 정보 수집 어려움, 중국 외 아태지역 내 강제노동 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국과 EU의 강제노동 규제 법안은 극소량의 소재·부품 공급망까지 기업이 추적·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산 원재료나 소재·부품을 제3국에서 추가 가공‧조립하는 경우가 늘어나 기업 공급망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또 미국 UFLPA의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추정되는 중국 신장위구르산 소재·부품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이 과정에서 중국 당국이 안보를 명분으로 엄격한 통제 정책을 시행해 중국 또는 신장위구르 협력 업체와 거래하는 기업이 자사 공급망에서 강제노동 결부 여부를 실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강제노동에 대한 정부 제재가 지속 확대되는 한편, 민간에서 공급업체의 직·간접적인 강제노동 사용 근절에 대한 고객사 요구가 강화된다며 공급망 리스크 관리 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태양광 폴리실리콘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영향으로 미국 내 태양광 설비 신규 설치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UFLPA에 근거해 중국산 폴리실리콘이 사용된 태양광 셀, 모듈의 수입이 제한되자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은 중국산 폴리실리콘 가격보다 147% 높게 형성됐다.

보고서는 국내에서도 공급망 실사 법제화 움직임이 있으나,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공급망 역량이 아직 미흡한 실정을 고려해 규제보다는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을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나 EU로 수출하는 기업은 협력사와의 공조해 원료·중간재·부품 등 전 공급망을 상세하게 도식화해 강제노동 및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관련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면서 "기업은 강제노동 방지 및 실사 정책을 수립해 공급업체와 관련 행동강령을 체결하되, 자체적인 정책 수립이나 관리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경우 '책임감 있는 산업 연합(RBA)' 등 산업별 이니셔티브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나 관리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만약 강제노동 위험이 발견돼 공급망을 재조정할 경우 대체 가능한 공급업체 발굴이 어렵거나 원가 상승, 원자재·부품의 품질 저하 문제가 수반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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