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윤 대통령, '김건희 특검'에 대한 발상 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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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한라대 특임교수
입력 2023-12-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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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ㆍ거부 말고 과감히 수용해 국민에게 '법 앞에 평등' 보일 기회로

  • ·'공정과 상식' 가치 실천 앞장…총선 악재 뛰어넘는 호재 될 수도

 
의장대 사열 지켜보는 김건희 여사와 막시마 왕비 
    암스테르담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김건희 여사와 막시마 네덜란드 왕비가 12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담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의 의장대 사열을 지켜보고 있다   20231212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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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대 사열 지켜보는 김건희 여사와 막시마 왕비 (암스테르담=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김건희 여사와 막시마 네덜란드 왕비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담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의장대 사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강행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특검 대상이다. 국민의힘은 특검법이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한다. 특검법 일부 내용을 수정해 내년 4월 총선 이후 특검을 실시하자는 절충론도 국민의힘 주변에선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이 반대해 성사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특검법이 실제로 통과되면 정부·여당으로선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다.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행사하지 않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 과감히 발상의 전환을 해 보면 어떨까? 특검법을 수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김건희 특검’을 법치를 존중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은 그 내용을 보면 정부·여당으로선 수용하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 특검 임명 방법이 그렇다. 야당인 민주당과 정의당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게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서  뺐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처음부터 입맛에 맞는 사람을 특검 후보로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드루킹 특검’ 때도 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빠지고 야당들만 참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때는 대한변협에서 4명을 추천하면 그중 2명을 야당이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했다. 야당이 일방적으로 고르지 않고 대한변협을 거치게 하는 ‘중립성 보완’ 장치를 둔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이런 장치 없이 민주당과 정의당이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후보를 고를 수 있게 한 게 결정적으로 다르다. 


야당 특검법안, 특검 임명 방식 등 문제점 있지만


김건희 특검법에는 ‘특별검사나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이는 과거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 특검법’이나 ‘드루킹 특검법’에도 있기는 했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그런 전례를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시기가 다르다. 지금은 내년 4월 10일 치르는 총선을 몇 달 앞두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수사 내용에 대한 언론 브리핑이 실시되면 총선은 ‘김건희 얘기’로 지고 샐 수 있다. 민주당 입맛대로 뽑은 특검이나 특검보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세로 브리핑을 할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자칫하면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마구 인터넷에 떠돌아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선전·선동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사정이 이러니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거부권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특검법은 폐기될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김건희 얘기’가 선전·선동에 악용되는 사태를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다른 법도 아니고 대통령 부인이 관련된 법이다. 이런 법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들한테 민망한 일이다. 진퇴양난이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당장 총선에서 선전·선동에 악용되는 일은 피할 수 있겠지만 여론의 비난을 받게 된다. 여론의 비난이 총선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여론의  비난은 피할 수 있지만 선전·선동에 악용되는 일을 막을  수 없다. 이 역시 총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거부권 행사냐 아니냐’에 얽매이지 말고 특검을 과감히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정부·여당,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법치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법 앞에 평등’이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간절히 바라는 게 법 앞에 평등이다. 국민들은 권세와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사법기관에서 일반인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 중 현직 대통령 부인만큼 권세와 지위가 높은 사람은 없다. 일반인과 똑같이 행동해 국민들이 법 앞에 평등을  실감하게 할 수 있는 최적격자가 바로 김건희 여사다. 


'법 앞에 평등'은 국민의 간절한 요구
 

김건희 여사가 법 앞에 평등을 보여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 수사를 전후해 보였던 모습과 정반대로만 하면 된다. 이 대표와 민주당 사람들은 이 대표가 몇 차례 검찰 조사를 받는 동안 여러 면에서 일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이 대표에게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장검사가 소환을 통보하자 이 대표 측근은 ‘부장검사가 아니라 성남지청장이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연락해 예우를 갖춰 말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제1야당 대표에게 성남지청 최고 책임자가 아닌 부장검사가 통보하는 것은 ‘예우’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부장검사는커녕 수사를 담당한 일선 검사가 통보하지도 않는다. 검찰 직원이 통보한다. 그런다고 해서 ‘왜 예우를 갖추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 


김건희 여사에게 특검팀 중 누가 소환을 통보할지는 모른다. 고등검찰청 검사장급인 특별검사나 지방검찰청 검사장급인 특별 검사보가 통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은 직급상으로 보면 성남지청장보다도 높다. 김 여사는 누가 통보하든 일절 시비 걸지 말고 순순히 따르면 된다.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예우 문제를 들어 시비를 걸면 안 된다. 그게 일반인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왜 특별검사가 직접 통보하지 않고 아랫사람들이 하느냐’고 하면 특별 대우을 바라는 것이고 이는 법 앞에 평등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검찰이 평일 중 두 번에 걸쳐  출석할 것을 통보하자 ‘주중에는 일을 해야 하니 토요일에, 그것도 한 번만 출석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수사팀과 협의 없이 검찰 출석 날짜를 결정해 언론에 발표했다. 이 역시 일반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이 두 번 나오라는데 한 번만 나가고, 그것도 저 편한 대로 토요일에 가겠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김건희 여사는 특검이 소환을 통보하면 만사 제치고 그 날짜에 출석해야 한다. 대통령과 함께 외국을 방문하는 아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른 일정이 있다고 해도 다 취소하고 출석해야 한다. 그게 일반인들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통할 수 없는 일을 자기에게는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법 앞에 평등'을 부정하는 일이다. 


이재명 대표 '법치 훼손'을 반면교사로 

 

이 대표는 작년 9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을 때는 서면 진술서만 보내고 출석은 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당시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에게 ‘일반인들도 고발을 당하면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데 당대표라는 이유로 서면 조사만 받으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안 수석대변인은 “서면 조사 요구에 응하면 굳이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이 출석하라는데 자기 맘대로 서면 진술서만 보내고 출석하지 않겠다고 할 수 있는 배짱 좋은 일반인은 없다. 김건희 여사가 서면 진술서로 대신하겠다는 둥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직접 출석한다면 일반인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이 밖에 이 대표는 검찰 조사 때 미리 준비한 서면 답변서를 제출하고 검찰 심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묵비권도 법률상 보장된 권리이긴 하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행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김 여사는 아무리 곤란한 질문이 나오더라도 국민에게 설명한다는 자세로 성실하게 답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은 할 수 없는 언행이다. 김건희 여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정치 수사’ 운운하며 특검을 비난하는 말은 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경위야 어떻든 대통령 아내로서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는 한마디면 충분하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할 때 민주당 의원들이 떼지어 나와 호위하고, 지지자들은 검찰청 주변에 몰려들어 검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대표는 소환 시간과 장소가 명시된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걸 보고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 대표는 “공포통치 종식과 민주정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제물이 되겠다”는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특검에 출석할 때 떠들썩하게 하지 말고 혼자서 조용히 오고 가야 한다. 일반인들은 다 그렇게 한다. 필요하면 변호사만 대동하면 된다. 


법치 준수로 국민 감동 준다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4월 민주당 의원들이 김 여사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2021년 1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91명 명의의 157개 계좌를 활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했다. 그 1년 8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 검찰은 이 사건을 조사했지만 김 여사는 수사를 계속한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수사 지휘 중단을 지시해 이 사건 수사에 관여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월 권오수 전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김건희 계좌 3개와 그의 모친 최은순 계좌 1개가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된 차명 또는 위탁 계좌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여사 계좌가 주가 조작에 활용됐다고 해서  김 여사가 주가 조작 범행에 가담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 여사가 주가 조작을 인지했거나 공모했는지가 밝혀져야 범죄가 인정될 수 있다.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국회 답변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판결문을 보면 계좌 명의자가 수십 명이 나오는데 검찰이 기소한 사람은  그 중 1명”이며 “만약 다른 사람을 기소할 증거가 있었다면 기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증거가 없어 기소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김 여사로서는 더욱더 특검 조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김 여사가 특검 조사를 통해 ‘법 앞에 평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면 그 자체로 우리 법치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할 수 있다. 나아가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 특검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수사 상황을 생중계할 수 있다. 근거 없는 소문이 사실인 양 인터넷에 떠돌 수 있다. 이건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에 악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그토록 갈구하는 법 앞에 평등을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국민을 감동시킨다면 그것대로 큰 가치가 있는 일이다. 김 여사에 대한 일부 부정적 인식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이 모이면 총선에서도 악재를 뛰어넘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발상의 전환은 그래서 해 볼 만하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정치학과·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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