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비상] '면역 부채'에... 폐렴·독감·노로바이러스까지 '아이들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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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입력 2023-12-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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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철 바이러스 기승... '소아과 오픈런' 더 심각해져

  • 전문가 "백신 등 예방과 면역력 관리 중요"

서울 성북우리아이들병원에서 독감 및 외래진료를 받으려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북우리아이들병원에서 독감 및 외래진료를 받으려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5살 딸아이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진단을 받았다. 벌써 2주째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약을 먹어도 좀처럼 낫지 않아서 걱정이다. 다른 감염병도 동시에 유행하고 있어 사실 병원 다니는 것마저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병원 예약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소아과 오픈런’이 더 심각해졌다.”
                                                                                          -서울 송파구 소아과에서 만난 주부 김미진씨
(41세).
 
소아·청소년과에 비상이 걸렸다. 소아를 중심으로 인플루엔자(독감)에 이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백일해 등 여러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 유행하는 데다 겨울철 불청객으로 불리는 노로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올 겨울철 독감 유행은 최근 5년 중 가장 심각한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일각에서는 ‘아이들 수난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의원급 표본감시기관(196개소)의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12월 2주차(12월 3~9일)에 61.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간(2019~2023) 최고 수준의 환자 발생으로, 최근 4주간 환자는 1.6배 늘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환자는 11월 마지막 주 이후 감소 추세고, 백일해 환자 수는 11월 3주 이후 정체 중이긴 하나 대체로 12세 이하 어린이나 학령기 아동에서 발생(마이코플라스마 75.2%, 백일해 76.9%)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멀티데믹(multi-demic)’이 이어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매년 겨울철만 되면 유행을 거듭하는 장관 감염증인 노로바이러스의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질병청 자료를 보면 206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신고받은 12월 3~9일(49주) 노로바이러스 환자는 159명으로 전주(91명) 대비 1.7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0~6세 영유아 사이에서 유행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49주차 노로바이러스 연령별 환자 발생 수를 보면 0~6세가 66%(105명)로 절반이 훌쩍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7~18세가 11.9%(19명), 65세 이상이 8.8%(14명), 19~49세가 6.3%(10명)였다.

소아를 중심으로 여러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면서 소아과 진료 예약 대란은 더 심각해졌다. 최근 대부분의 소아과는 오전 내 당일 진료 예약이 마감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서울 송파구 소재 A소아과 간호사는 “독감이 나으면 다시 노로바이러스에 걸려서 내원하거나 폐렴이 오랫동안 낫지 않는 등의 이유로 아이들이 오랜 기간 병원을 내원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겨울철 아이들이 여러 감염으로 수난을 겪고 있어 안타깝지만 병원도 항상 북새통이라 모든 예약을 받을 순 없는 상황”이라며 “오늘 오전 9시 30분쯤 이미 이날 진료 예약이 다 마감됐다. 다른 소아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병원에서 한 초등학생이 독감 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소재 병원에서 한 초등학생이 독감 진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면역 부채’ 때문···예방과 면역력 관리, 적합한 치료 중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감염병이 동시에 확산하는 것은 ‘면역 부채(Immunity debt)’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계절성 감염병에 노출되지 않아 면역력이 약해진 이후 해당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크게 유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예방 접종 외에 손 씻기, 기침 예절 등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고,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했다.

질병청은 “바이러스는 결국 자연 감염되거나 백신으로 면역력을 형성해야 한다”라며 “독감과 같이 백신이 있다면 맞는 것이 중요하고 백신이 없어 예방이 어렵다면 개인위생 수칙 등을 철저히 지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경우 신종 감염병이 아닌 데다 항생제 치료가 가능한 만큼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아울러 노로바이러스 역시 예방 백신이 없기 때문에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감염됐다면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48시간까지는 등원, 등교, 출근 등을 자제해야 한다.   

박영아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호흡기 전문의 교수는 “이번 겨울은 코로나19, 독감, 호흡기융합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등 여러 가지 호흡기 바이러스가 복합적으로 유행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약을 먹어도 발열과 기침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전문의의 권고에 따라 검사를 시행해 질환을 감별하고 적합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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