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톡] "법원 신뢰 상실은 국민에 피해…'계구신독' 자세 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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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12-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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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상철 씨케이 대표변호사 "법관, 인문학적 소양 필요"

심상철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심상철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법리에만 매몰된 재판은 훌륭한 재판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가 바탕에 있어야 설득력 있는 재판이 가능합니다."
 
37년 만에 법복을 벗고 지난 9월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로 제2 인생을 시작한 심상철 변호사는 요즘 시대에 필요한 '재판의 조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법관에게는 기본 덕목인 '공정성'과 재판에 임하는 '성실성'은 물론 인문학적 소양도 필요하다는 것이 심 변호사 지론이다. 특히 사법부 신뢰 회복과 재판 지연 해소 등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는 후배 법관들에게 그는 역사적 평가에 부끄럽지 않을 태도와 소신으로 판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성 위해 홀로 있어도 언동 항상 경계" 강조
심상철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심상철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심 변호사는 1985년 서울민사지법을 시작으로 서울고법·부산고법·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서울고법과 서울동부지법·광주지법에서 법원장을 역임했다. 재판 업무 외에도 사법연수원 교수와 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위원, 광주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다. 이후 수원지법 성남지원 광주시법원 원로법관을 마지막으로 37년 5개월에 걸친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법관 생활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목표는 재판에 대한 '신뢰' 제고다. 이를 위해 법관들이 청송(聽訟·재판을 위해 송사를 듣는 일)이란 말뜻을 깊게 새겨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심 변호사는 "재판 신뢰의 척도는 승복률이다. 당사자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재판에 대한 승복률을 높여야 한다"며 "향후 재판도 사실심에서 충분한 심리와 증거조사 기회를 부여하고, 법정에서 당사자 진술을 충분히 경청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부 신뢰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큰 축으로 '공정성'을 거론했다. 최근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의견을 외부로 표하는 일부 법관들 사례에 대해 그는 "다산 정약용 선생과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이 강조하신 계구신독(戒懼愼獨) 정신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계구신독은 유교 경전인 '중용'에 나온 표현으로 홀로 있을 때도 사리에 어긋남이 없이 언동을 삼가고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판결에 대한 낮은 신뢰는 곧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진다며 "분쟁과 갈등 해결을 위한 마지막 국가 제도적 보루인 법원에 대한 신뢰 상실은 모든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관 개인에 대한 과도한 비난도 자제돼야 하지만 법원이나 법관도 스스로 국민의 신뢰가 낮은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며 "법원 내부 교육을 통해 현재에 맞는 법관의 덕목을 찾아내 강조하고, 올바른 법관의 자세에 대한 선후배 법관들 간 소통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사' 편찬 참여···"조선시대 사관 같은 심정"
심상철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심상철 법무법인 씨케이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2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심 변호사는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한국 근대사법사(史)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법원사' 편찬에 참여한 일을 공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마치 조선시대 사관(史官)과 같은 심정으로 100년 사법부 역사와 판결을 정리하고 이를 평가하는 원고를 작성해 발간한 일은 법원 재직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법원사는 대법원이 1895년 을미개혁에서 탄생한 첫 근대적 재판기관인 한성재판소부터 1995년까지 국내 사법부 역사를 총망라한 '관찬' 역사서다.
 
법원사를 편찬하면서 후대에 남을 평가를 의식해 더욱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재판에 임하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도 국내 법제사나 인물사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 취미 중 하나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도 법조인, 특히 법관은 인문학적 소양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법원장 시절부터 법원 구성원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했다. 심 변호사는 "법원장으로 근무할 때에는 법원 구성원들을 위해 음악회 개최, 국립오페라단과 교류, 소설가 초청 특강, 사진전 개최 등 문화 이벤트 행사 기획에 관심을 두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에 대해서도 "법원장 재직 시 나름대로 보람을 느낀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는 '좋은 변호사'의 조건으로 "기본적인 인권 의식, 정의감, 성실성은 물론 '의뢰인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이 법관으로 생활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수임 사건을 꼼꼼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관 시절보다 비교적 사건에 대한 충실도가 높아져 만족도가 높다"며 "처음 판사로 임용되는 그 순간 초심으로 돌아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는 정의로운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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