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전 세계 잇는 中 일대일로… 10년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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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3-10-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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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올해 중국의 최대 외교 행사인 ‘제3회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상 포럼’이 17∼18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140개국·30개 국제기구에서 4000여 명이 참가하는 이번 포럼에는 상호 연계, 친환경 발전, 디지털 경제 등 3개 고위급 포럼과 무역 원활화, 민심 소통, 싱크탱크 교류, 깨끗한 실크로드, 지방 협력, 해양 협력 등 6개 특별 포럼이 포함되어 있다.
일대일로 구상 10주년을 기념한다는 점에서 3회 포럼은 2017년 5월 1회와 2019년 4월 2회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공동 건설: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을 위한 주요 실천'이라는 제목을 가진 2만8000자 분량의 백서를 발간하여 지난 10년 동안의 성과를 홍보하였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문제는 물론 경제성장률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 대내 문제로 떠들썩하게 축하할 분위기가 아니다. 참가국·참가자 수도 3회는 1회(140개국 1600명)보다 많지만 2회(150개국 6000명)보다 적다. 그렇지만 정상포럼에는 1회 29개국, 2회 40개국보다 훨씬 많은 110개국이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10년 동안 일대일로 구상은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다자 차원에서 2016년 71회 유엔 총회에서 이 구상을 지지하는 결의안이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그 이듬해 3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 구상을 통해 더 강력한 지역경제협력을 촉구하는 결의안 2344호를 채택하였다. 유엔 개발프로그램과 세계보건기구는 중국과 조약을 체결하였다. 중국은 WTO와 함께 110개국이 참여하는 투자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양자 차원에서도 올해 6월 말까지 중국은 5개 대주의 150여 개 국가와 ‘일대일로' 공동 건설 협력문서를 체결했다.
경제적 교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3월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외교부, 상무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실크로드 경제벨트 및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공동건설계획'에 따라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 중국~몽골~러시아, 유럽~아시아,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인도차이나반도 지역을 잇는 ‘6대 경제회랑’이 추진되었다. 그 결과 2013~2022년 중국과 연선국가 간 누역 무역액이 연평균 6.4% 증가하여 19조1000억 달러, 누적 투자액도 3800억 달러에 달했다. 연선국가 교역이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6.2%에서 2022년에는 45.4%까지 늘어났다. 중국 금융기관이 해외로 활발히 진출하였다. 2023년 말까지 중국이 자금을 제공하는 13개 은행이 50개 연선국가에 145개 지점을 설립하였으며 131개 연선국가에서 유니언페이 결제가 가능해졌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중국은 20개 연선국가와 양자 통화스와프를, 17개 연선국가와 인민폐 청산 서비스를 각각 체결하였다. 실크로드펀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올해 6월 말까지 75개 프로젝트에 220억 달러, 227개 프로젝트에 436억 달러를 각각 제공하였다.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좋지 않다. 정책 소통(政策沟通), 인프라 연결(设施联通), 무역 원활화(贸易畅通), 자금 융통(资金融通), 민심 상통(民心相通)이라는 ‘5통(五通)’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지난 9월 이탈리아의 탈퇴 선언을 심각하게 간주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비판은 부패 함정이다. 중국의 자금 지원에서 갚을 필요가 없는 보조금보다 갚아야 하는 차관 비중이 매우 크다. 중국이 제공하는 차관의 이자율도 미국과 EU가 주도하는 다자개발은행에 비해 높은 편이다. 수익을 충분히 내지 못해 사업에 실패하면 중국은 채무국에 이자와 원금 상환을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채무 조정보다는 철도, 항만, 공항과 같은 인프라에 대한 운용권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에 국가부도에 직면한 스리랑카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중국이 투자를 통해 대외 영향력을 증대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인권, 민주주의, 노동, 환경 등을 강조하는 미국·유럽과 달리 중국은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자금 지원을 받은 나라는 중국의 암묵적인 압력에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서방에서는 외교적 갈등이 발생할 때 중국이 경제적 강압을 동원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부채 함정 및 강압 외교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구상은 지속될 것이다. 2017년 10월 19차 당대회에서 채택한 당장(黨章)에 포함된 이후 이 구상은 중국공산당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이 구상을 시진핑 주석이 처음 제창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역사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 시 주석은 재임 기간 중 이 구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일대일로 구상의 인기가 크게 식지 않았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글로벌 사우스에 중국 이외에 대안을 찾기 어렵다. 지난 9월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EU가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을 설립하자는 양해각서에 동의하였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및 유럽의 글로벌 게이트웨이가 아직까지 자금을 공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경제회랑이 일대일로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정상포럼이 아닌 분과포럼에만 장관급 인사와 기업인만 공식적으로 초청하여 우리 정부는 공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2017년 1회 포럼에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2019년 제2회 포럼에는 홍남기 부총리가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포럼에 대한 우리 정부의 관심과 기대가 많이 낮아졌다. 그렇지만 중국의 대외전략을 이해하고 글로벌 사우스와 교류하는 장이라는 점에서 이 포럼에서 논의된 의제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대응이 필요하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대 국제학부 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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