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북미 진출 막아라...IRA 지지 나선 국내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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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3-10-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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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발효된 지 1년 2개월, 당초 해당 법안에 우려를 표했던 국내 기업들이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이제는 IRA를 강화해 달라는 로비를 하기 시작했다.

올해 2~3분기 3000억대의 세액공제혜택(AMPC)에 더해 중국 배터리 기업의 공격적인 북미 진출에 IRA가 방패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9일 미 의회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6월 미국의 로비스트 기업 맥라티(McLarty Inbound LLC)에 IRA지지 관련 로비를 의뢰했다.

의뢰비는 3만 달러로, LG화학은 IRA가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필수적인 법안임을 정치권에 전달하기를 희망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IRA법안 관련 로비에만 75만 달러를 지출한 삼성SDI도 비슷한 의견을 미 의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SK그룹 역시 SK이노베이션이나 SK온이 IRA에 관련 직접적인 로비를 하고 있지 않지만 그룹을 통해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이 IRA 적극 지지에 나선 것은 해당 법안이 안겨준 막대한 이익이 첫째 이유다.

LG화학의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2~3분기 IRA를 통해 받은 세액공제혜택은 37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SK온 역시 399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 각각 540기GWh(기가와트시), 220GWh 이상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 기간 받을 수 있는 세제혜택은 약 6조원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SDI 역시 북미 공장이 완성되는 2025년부터는 미국으로부터 IRA 세제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북미 진출 역시 국내 기업들이 IRA를 지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의 완성차 기업인 테슬라, 포드, 제너럴모터스(GM)가 연이어 자사의 전기차 모델에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이 분야에서 전 세계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CATL, BYD 등 배터리 기업들은 차세대 LFP배터리를 출시하고 북미 완성차 기업들과 협업에 나서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분야에 있어서도 CATL 등은 세제혜택이 무색할 수준의 낮은 가격을 북미 완성차 기업에 제시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IRA가 지금보다 한층 강화되거나 미국이 당초 IRA 시행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었던 우려국가 명단을 하루빨리 선정해주길 바라는 상황이다. 중국을 우려국가에 포함함으로써 북미 진출을 견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이 미국에 수조원을 쏟아부으며 IRA를 대비한 만큼 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다”며 “다만 미국의 보호주의에 한국 기업들이 강제적으로 천문학적 투자에 나섰으며 미국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음에도 IRA가 중국의 공세를 막아주지 못한다면 북미 투자는 실패한 투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온의 북미 공장 건설 현장 사진SK온
SK온의 북미 공장 건설 현장 [사진=SK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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