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며 서울 강남구 노후 단지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올해 강남구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 10건 중 4건이 준공 30년 이상 노후단지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가격 또한 뛰고 있다. 조합 설립을 눈앞에 둔 단지가 늘어나며 전매 제한 전에 급하게 매수를 진행하려는 수요자들도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날까지 강남구에서 거래 신고된 아파트는 1685건으로 그중 695건(41.2%)이 1993년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였다. 1993년 이전 아파트는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은 노후 아파트로, 서울 지역 전체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이 20.1%(26809건 중 5389건)인 것과 비교하면 강남구 내 거래 비중이 월등히 높은 셈이다.
강남 노후단지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집값 바닥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기 시작한 상황에서 15억원 초과 주택에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고, 종부세 또한 완화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처럼 고가 주택 투자를 위한 우호적인 여건이 마련된 가운데 재건축 규제가 풀리기 시작했고, 대상 단지들 사업에 속도가 붙으며 기대감 또한 커지게 된 것이다.
특히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003년 추진위원회가 승인된 이후 약 20년 만에 조합설립 총회를 진행하며 조합설립을 목전에 뒀다. 은마아파트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강남구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진행했는데 통상 심의가 한 달 내외로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인가가 날 전망이다.
은마아파트는 정부와 서울시의 규제, 입주민 간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오랜 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부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더니 올해 초에는 정비구역 지정이 되며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동의율 또한 빠르게 모이며 올해 안으로 조합이 될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은마아파트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총 101건의 거래가 이뤄지며 강남구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거래량이 늘었다.
가격 또한 V자로 상승했다.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2021년 11월 최고가 26억3500만원을 기록한 이후 부동산 침체 여파로 올해 1월 18억55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8일 23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가격을 다시 회복했다. 연초보다 5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전용 84㎡ 또한 2021년 11월 28억2000만원에 팔린 뒤 21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30일 다시 26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동의율을 90% 가까이 모은 상태에서 10월 조합설립 총회를 앞둔 일원동 개포우성 7차의 경우도 올해 들어 14건의 거래가 있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건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도곡동 개포우성4차 아파트의 경우 지난 22일 강남구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되면서 ‘품절 아파트’가 됐다. 해당 아파트는 올해 단 4건 거래됐는데 전용 126㎡가 34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은마아파트가 조합설립을 목전에 두며 조만간 거래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강남권 노후 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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