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왕 루퍼트 머독(92)이 경영 최전선에서 물러난다.
폭스코퍼레이션과 뉴스코퍼레이션은 21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머독이 11월 회장직을 퇴임하고 각각의 명예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현재 뉴스코프 공동 회장인 장남 라클런(52)이 단독 회장을 맡는다.
1931년 호주에서 출생한 머독은 22세 때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작은 지역 신문사를 물려받은 뒤 이를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를 통해 미국, 영국 등 각국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태양왕'으로 불렸다.
하지만 머독이 고령으로 접어들면서 그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폭스뉴스가 2020년 대선 이후 선거 개표기 조작 가능성을 집중 보도하면서,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린 점은 단적인 사례다. 이 소송으로 폭스뉴스는 지난 4월 투표기 제조업체에 화해액으로 사상 최고 수준인 7억8750만달러를 지급해야 했다. 투자자들은 이로 인해 머독이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머독은 올해 초 주주들의 반대로 뉴스코퍼레이션과 폭스코퍼레이션의 합병안을 철회해야 했다.
머독은 네 번의 이혼을 겪은 데다가 지난 3월에는 한 여성과 약혼했다고 발표한 후 2주 만에 약혼을 파기했다.
머독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평생 뉴스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쫓으면서 하루를 보냈고, 앞으로도 이는 변치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젠 다른 일을 해야 할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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