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골프장 속으로] ④ 디 오픈부터 위민스 오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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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3-08-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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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골프장 유랑기

  •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

  • 던도널드 링크스

  • 로열 트룬 골프클럽

  • 월턴 히스 골프클럽

영국을 대표하는 남녀 골프대회는 디 오픈 챔피언십과 위민스 오픈이다. 두 오픈 대회를 주관하는 단체는 로열앤드에이션트골프클럽(R&A)이다. 두 대회 모두 메이저 대회다.

디 오픈은 올해 151회를 맞았다. 지난 150회를 뒤로하고 200회로 향하는 첫발이었다. 150회는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치러졌다. 올해 151회는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에서 개최됐다.

디 오픈은 매년 개최지가 달라진다. 해안에 위치한 링크스 코스로만 한정한다. 로열 리버풀은 올해까지 13회 개최됐다. 첫 개최는 1897년이다. 최근 두 번은 2006년과 2014년이다. 2006년에는 미국의 타이거 우즈가 2014년에는 북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가 우승했다.
 
영국 갤러리가 제151회 디 오픈을 보기 위해 호이레이크 역에 운집해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영국 갤러리가 제151회 디 오픈을 보기 위해 호이레이크 역에 운집해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리버풀 시내서 머지 레일을 타고 로열 리버풀로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 열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기차를 타고 리버풀로 향했다. 중간에 한 번 갈아타서 약 3시간 30분이 걸렸다. 리버풀은 항구 도시다. 축구로 유명하다. 리버풀 FC와 더비인 에버튼 FC가 위치했다. 1시간 거리에 맨체스터가 있다. 연고 팀은 박지성 등 유명 선수들이 뛰어서 잘 알려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리버풀 라임 스트리트역에 도착하자 갈매기가 반긴다. 한 마리가 아니다. 수없이 많은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호텔에 짐을 풀고 다시 역으로 향했다. 가는 모든 길에 노란색 푯말로 'The Open'이라고 적혀 있었다. 

1주일 치 교통카드를 구매했다. 일일 티켓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교통카드를 찍고 지하로 가니 아니나 다를까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데이터 청정 지역에서 머지레일을 타고 25분가량 가면 호이레이크역에 도착한다.

로열 리버풀을 중심으로 한 작은 마을이다. 다른 지역은 블록마다 있는 스포츠 펍도 3~4개 정도 밖에 없다.

골프장으로 들어섰다. 광활한 대지가 펼쳐졌다. 사이사이에 1980년대부터 사용하던 그랜드스탠드가 듬성듬성 솟아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1번 홀로 향했다. 김비오가 티잉 구역에 섰다. 갤러리보다 러프가 골퍼를 압박했다. 실수가 나오면 러프 혹은 벙커다. 로열 리버풀에는 '죽음의 벙커'라 불리는 포트 벙커가 산재해 있다. 해저드가 없는 골프장이라 일단 벙커에 들어가면 페널티나 다름없다.

디 오픈은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다. 비바람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올해 디 오픈을 위해 새롭게 단장한 10번 홀과 17번 홀도 괴롭힘에 동참했다. 특히 '리틀 아이'라 불리는 파3 17번 홀은 선수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전장은 136야드(124m)로 짧다. 티잉 구역에 오르면 생각이 달라진다. 큰 벙커들이 입을 벌리고, 작은 벙커 두 개가 좌우를 보좌한다. 그린이 마치 산봉우리 같다. 동서남북으로 빠지면 그린 밖으로 굴러 내려간다. 잘하면 버디, 아니면 보기다.

선수들은 잔디가 거의 없는 경도 높은 땅을 때리며 클라레 저그(디 오픈 우승컵)를 향해 묵묵히 걸었다.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 클럽하우스 앞 연습 그린에서 제151회 디 오픈 챔피언십 출전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 클럽하우스 앞 연습 그린에서 제151회 디 오픈 챔피언십 출전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대회 초반 발목 부상을 당한 김주형이 선두인 미국의 브라이언 하만을 추격했다. 하만은 신중했다. 우산 속에 수없이 많은 장갑을 걸었다. 스윙 시 그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웨글(스윙 전 흔드는 동작)도 여러 차례 진행 후 샷을 했다. 그 결과 하만이 '올해의 챔피언 골퍼'에 등극했다. 김주형은 준우승으로 한국 선수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 다시 스코틀랜드로...위민스 스코티시 오픈 개최지

리버풀에서 한 주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스코틀랜드로 향했다. 에든버러가 아닌 글래스고 근교 에이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프리디 그룹 위민스 스코티시 오픈 취재가 주목적이었다.

스코틀랜드는 교통이 잉글랜드와 다르다. 차를 빌리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다. 공항 근처 렌터카 회사에서 차를 빌려서 출발했다. 회전 교차로를 돌고 돌아 45분 정도 달려 던도널드 링크스에 도착했다. 이 골프장은 1883년 디 오픈 우승자인 윌리 퍼니가 디자인했다. 개장일은 1911년 3월 23일이다. 올해로 112년 됐다.

당시 퍼니의 설계 목적은 '가장 긴 골프 코스'다. 세팅은 6700야드(6126m)로 했다. 큰 부지는 전쟁 당시 군인들을 위해 제공됐다. 제1차와 2차 세계 대전 때는 골프장의 모습을 할 수 없었으나, 현재는 수복됐다.

던도널드 링크스는 인천 중구의 클럽72와 비슷한 레이아웃이다. 많지는 않지만 나무도 있다. 벙커는 깊지 않은 포트 벙커다. 로열 리버풀이 평지라면 이곳은 언듈레이션이 있다. 작은 언덕들이 선수들의 스윙을 고민하게 만든다. 파3에는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김효주 등은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주인공처럼 함정을 피했다. 13번 홀 그린 옆에는 기찻길이 있다. 링크스 코스의 특징이다. 그린에서 퍼팅하던 선수가 잠시 멈춘다. 기차가 지나가고 다시 퍼팅을 시도한다.

16번 홀은 가장 어려운 홀이다. 강한 바람과 좁은 페어웨이가 있다. 그린은 2단이다. 약간의 실수에도 공은 휜다.

김효주 역시 발목 부상을 안고 준우승을 기록했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인 프랑스의 셀린 부티에가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었다.
 
LPGA 투어 프리디 그룹 위민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 선수들이 티샷 이후 페어웨이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LPGA 투어 프리디 그룹 위민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 선수들이 티샷 이후 페어웨이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대회 도중 방문한 2024년 디 오픈 개최지

던도널드 링크스 근처에는 로열 트룬 골프클럽이 있다. 로열 트룬은 디 오픈 9회 개최지다. 최근 개최는 2016년이었다. 당시에는 현재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로 이적한 스웨덴의 헨리크 스텐손이 20언더파 264타로 우승했다. 디 오픈 20언더파 고지를 정복한 장본인이다.

R&A는 2024년 디 오픈 개최지로 로열 트룬을 선정했다. 로열 트룬은 철저한 프라이빗 코스다. 외부에서 코스를 볼 수 없다. 마린 호텔 옆에 위치한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클럽하우스는 개방돼 있다. 그러나 입장해서 문의하자 "디 오픈을 앞두고 방문객을 사절한다"고 답했다. 대신 로비만을 일시적으로 개방했다. 로열 트룬 클럽하우스 로비에는 골프장의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모형 클라레 저그를 지나 통로로 향하면 역대 디 오픈 우승자들의 얼굴이 도열해 있다.

이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클럽 챔피언들의 얼굴이 뒤를 잇는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이셔에 위치한 로열 트룬 골프클럽은 제152회 디 오픈 챔피언십 개최지다 사진이동훈 기자
영국 스코틀랜드 에이셔에 위치한 로열 트룬 골프클럽은 제152회 디 오픈 챔피언십 개최지다. [사진=이동훈 기자]
클럽하우스 외부에서 만난 한 클럽의 회원은 "로열 트룬은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 내년 디 오픈 개최를 위해서다. 기대할 만하다. 디 오픈의 명승부가 이곳에서 펼쳐졌다"고 말했다.

가장 유명한 홀은 파3 8번 홀인 '우표'다. 디 오픈 홀 중 가장 짧다. 123야드(112m)에 불과하다. 작다고 무시할 수 없다. 그린 사이즈도 작다. 가장 어려운 홀은 긴 파4인 11번 홀 '철도'다. 링크스 코스의 특징인 기찻길을 따라 아웃오브바운즈(OB)가 있다. 긴 어프로치 샷을 시도해야 한다.
 
사진이동훈 기자
로열 트룬 골프클럽에서 열린 역대 디 오픈 챔피언십의 우승자 사진이 클럽하우스에 붙어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마지막 여정인 월턴 히스 골프클럽으로

LPGA 투어 대회 종료 후 에이셔에서 글래스고 공항으로 향했다. 빌린 차를 반납하고 이지젯에 탑승했다. 이지젯은 유럽 내를 오가는 저비용항공사(LCC)다. 손가방을 제외하곤 모두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15㎏ 캐리어를 비용을 주고 추가했으나, 3㎏ 초과했다고 약 10만원 가량을 더 받았다. 약 1시간여를 날아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했다. 고속철도를 타고 런던 시내로 향했다. 시내에서는 공식 호텔(드 베르 호슬리)로 향하는 우버를 이용했다.
 
올해 AIG 위민스 오픈이 열린 월턴 히스 골프클럽에는 보라색 야생화인 헤더가 깔려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올해 AIG 위민스 오픈이 열린 월턴 히스 골프클럽에는 보라색 야생화인 헤더가 깔려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다음 날 아침 대회장(월터 히스 골프클럽)으로 향하는 셔틀에 몸을 싣었다. 약 30분을 달려 골프장에 도착했다. 월턴 히스 골프클럽은 영국 잉글랜드 런던 서리에 있다. 골프클럽 로고는 보라색 야생화인 헤더다. 로고처럼 대회장 전역에 헤더가 깔려 있다.

헤더도 헤더지만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을 이끈 윈스턴 처칠 총리가 회원인 골프장으로 유명하다. 처칠뿐만 아니라 다수의 총리, 웨일스 왕자 등이 회원이었다. 골프장은 왕족, 정치인과 오랜 관계를 유지했다. 1981년에는 라이더 컵(미국과 유럽의 국가 골프대항전)을 개최했다.

AIG 위민스 오픈은 올해 처음 개최했다. 이 코스는 링크스가 아니다. 내륙에 위치한 히스랜드 코스다. 히스랜드 코스는 완만하고 구르는 페어웨이가 특징이다. 초목과 헤더가 뒤덮여 있다.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헤더를 경계했다. 질긴 헤더에 들어가면 공을 찾기 어렵고 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전 여자골프 세계 1위(롤렉스 랭킹) 넬리 코르다가 "손목이 부러질 뻔했다"는 말을 남길 정도다.

코스는 한국 코스와 비슷하다. 산악 지형보다는 고저 차가 크지 않지만 익숙한 레이아웃이다. 7년 만에 위민스 오픈에 출전한 신지애가 특유의 적응도로 코스를 공략했다.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은 베트남계 미국인인 릴리아 부가 차지했다. 성공한 보트 피플 3세는 우승컵을 들고 눈물을 흘렸다. 시즌이자 통산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이다. 미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한 시즌 메이저 2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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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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