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인가 관행인가⋯영화계 관객수 허위 집계 논란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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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원·장하은 기자
입력 2023-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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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계 "마케팅 관행, 무리한 수사"⋯"윤리의식 상실, 투명성 제고해야"

사진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사진=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심야 시간대에 영화 상영관 좌석이 매진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영화계가 관객수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박스오피스 순위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수백편의 영화와 배급사 등을 대상으로 경찰의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며 향후 수사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진 하나의 관행에 대해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조작을 관행으로 치부하는 문제의식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4~5년치 영화 420여편의 순위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이 공모해 영화 관객 수를 허위로 늘려 박스오피스 순위를 조작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경찰의 수사 대상은 2021∼2022년 개봉한 영화 100여편이었으나 기간과 대상을 넓혀 수사 범위가 확대됐다. 경찰 수사는 대형 배급사 3곳과 멀티플렉스 영화관 3곳을 압수수색하며 고강도 수사로 진행됐다. 경찰의 강제 수사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의혹에 대해 영화계는 사전에 구입한 프로모션용 예매권을 소진시키기 위한 마케팅 차원이지 의도적인 조작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또 일부는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업계의 마케팅 관행일 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일부 제작사 입장은 이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배급사가 사용한 프로모션 비용은 배급사가 아닌 제작사가 떠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작사 대표는 “배급사들은 프로모션 비용으로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쓴다. 관객수가 천만이 넘어도 손해를 본 제작사들이 나오는 이유”라며 “사실 관행으로 치부됐던 배급사들의 횡포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계의 관객수 부풀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국회에서도 처벌 강도를 높이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 이병훈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영화 상영관 경영자가 입장객 수, 입장권 판매액 등의 자료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통합전산망)에 전송하게 돼 있다. 만약 경영자가 이 정보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조작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영화진흥위가 통합전산망 자료를 검증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또 자료를 고의로 누락하거나 조작한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각에서는 관객 우롱과 직결되는 조작 범죄를 수년간 저지르고도 관행으로 치부하는 것은 윤리의식 상실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비판을 내고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영화계의 관객수 부풀리기 현상에 대해 “영화계의 자전거래나 마찬가지”라며 “자본시장에서 자전거래를 통해 거래량을 부풀리는 수법과 마찬가지로 영화계는 볼륨을 높이는 수단으로 자전거래를 이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홍 교수는 “관객과 투자사를 대상으로 사기를 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그간 영화계 내부에서 그 누구도 내부고발 등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윤리의식의 부재라는 맥락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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