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쟁 시작] 보조금 정치 본격화…'5000억 삭감' 지렛대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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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3-08-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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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수부족·비리척결 명분 보조금 원점 재검토

  • 복지부 직격탄, 기관·단체 간 희비 엇갈릴 듯

  • 정쟁·혼란 피할 구체적 기준·잣대 수립 중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내년 보조금 예산을 최소 5000억원 이상 깎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에 의존해 조직을 운영해 온 각종 기관·단체 간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재정 지출을 정비하는 취지에서 보조금 삭감은 가능하지만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8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는 내년 예산 편성을 위한 심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국고보조금과 관련해서는 기존 지출 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와 비영리단체 등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을 띤 보조금들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해야 한다"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금성 재정 지출에 누수가 없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국고보조금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수행하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 범위 안에서 그 경비 일부를 지급하는 제도다.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의료급여, 생계급여, 에너지 바우처, 전기차 구매보조금, 일자리 안정 자금 등이 대표적이다. 

국고보조금 예산은 2018년 66조9000억원에서 올해 본예산 기준 102조3000억원으로 5년 만에 52.9% 증가했다. 올해 총지출(638조7000억원) 가운데 16%를 차지한다. 

정부는 내년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을 5000억원 이상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 민간단체의 국고보조금 부정 사용 금액이 314억원에 달하는 만큼 지급 기준과 사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이 2조원 가까이 증가한 바 있다. 

올해 부처별 국고보조금 중 가장 큰 몫을 배정받은 보건복지부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실제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e나라도움)에 따르면 올해 복지부 보조금 예산은 54조3307억원으로 전체 중 53.1%에 달한다. 

복지부 예산 중 상당 부분이 사회복지 분야에 할당돼 있는 만큼 관련 시민단체나 기관으로 가는 보조금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민간의 보조금 부정 수급을 막으려는 조치인 것은 이해하지만 삭감·폐지 기준을 명확히 해야 논란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 측은 구체적인 삭감 규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심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대부분 막판에 결론이 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부처별로 어느 정도 삭감된다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잣대를 마련한 뒤 보조금 삭감에 나서야 불필요한 정쟁과 혼란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보조금 삭감 등 손질에 나선 건 높이 평가한다"며 "정치적 목적에 따라 사용되던 보조금들은 가급적 축소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성 교수는 일단 깎고 보자는 식보다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올해에 이어 내년도 세수가 좋다고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보조금 삭감 조치는) 재정 지출을 정비하는 방안 중 하나로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는 "기존 보조금 예산을 다 없애는 게 아닌 이상 (배정 현황에 따라) '보조금 정치'라는 말이 나오는 등 당연히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모두가 납득하고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맞춰 보조금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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