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미리보기] 의무지출 50조 깎는다지만 법개정 첩첩산중…구조조정 실효성 시험대

정부세종청사 기획예산처 사진기획예산처
정부세종청사 기획예산처. [사진=기획예산처]
정부가 내년 50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지난해 27조원에 이어 구조조정 규모를 대폭 늘려 확보한 재원을 인공지능(AI)과 미래 산업, 민생 분야 등에 재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구조조정 대상에 연금과 복지, 지방교부금 등 법률에 근거를 둔 의무지출이 포함되면서 실제 감축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실질적인 삭감이 어려운 만큼 이번 구조조정 성공 여부는 예산 편성보다 입법 과정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27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기획처는 각 부처에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제출받는 과정에서 재량지출은 15%, 의무지출은 10% 정도 감축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전체 사업 가운데 약 10%는 폐지하거나 개선 대상으로 검토하고 한시·일몰 사업은 원칙적으로 종료하도록 했다. 유사·중복 사업도 통폐합 대상이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약 50조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이는 지난해 구조조정 규모인 27조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지난달 열린 '지출구조조정 열린 토론회'에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올해가 아니면 할 수 없다"며 "기존 예산을 줄이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지만 기획예산처가 선봉에 서서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재량지출 15%, 의무지출 10% 절감과 사업 수 10% 폐지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량지출과 달리 의무지출은 정부가 예산안만으로 줄이기 어렵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기초연금, 각종 복지급여,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은 지급 근거 등을 법률로 규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감축 목표를 제시하더라도 관련 법률이 개정되지 않으면 실제 지출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복지 수혜자와 지방자치단체, 관련 업계까지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지방교부세나 교육교부금처럼 지방재정과 직결되는 항목은 제도 개편 논의 자체가 민감한 사안으로 꼽힌다. 기획처는 교육교부금을 두고 교육부와 의견 조율을 해오고 있지만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구조조정 실적을 맞추기 위한 '회계상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업을 실제 폐지하기보다 집행 시기를 늦추거나 지방비 부담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감축 규모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을 줄인 뒤 이름만 바꿔 신규 사업으로 다시 편성하거나 일반회계 사업을 기금·융자·출자 사업으로 옮기는 방식도 대표적인 방식으로 언급된다.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재원을 성장동력 확충과 민생 안정 분야에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부처별 구조조정 내역도 함께 공개된다. 실제 사업을 폐지하거나 통폐합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반대로 사업 간 회계 이동이나 집행 시기 조정에 그친 사례는 없는지가 예산 심사 과정에서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