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로 국제 식량 가격 급등…설탕·쌀·밀 등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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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7-1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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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흉작 우려에 식량 인플레

  • 세계 경제에 수조 달러 악영향

사진 AP 연합뉴스
[사진= AP·연합뉴스]

엘니뇨 현상으로 가뭄, 폭우 등 이상기후가 전 세계를 휩쓴 가운데 식량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가뭄으로 농작물 흉작 우려가 커지면서 설탕, 카카오빈 등의 가격이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식량 인플레이션으로 개발도상국의 식량난 위기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16일 보도했다.
 
이상기후를 몰고 오는 엘니뇨가 4년여 만에 지구촌을 덮쳤다. 엘니뇨의 영향이 항상 같진 않지만,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엘니뇨가 동남아시아, 인도, 호주,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가뭄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가뭄은 흉작으로 이어져 세계적인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
 
설탕의 원료인 조당(사탕수수당)의 국제 시세는 지난 4월에 약 1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019년 말 대비 80%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조당의 주요 생산국인 인도에서 사탕수수 흉작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카카오빈도 최대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흉작으로 인해 국제 시세가 지난 6월에 약 4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쌀 생산이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주요 쌀 수출국인 태국의 경우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강우 부족으로 생산량이 떨어질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6월 태국의 2023~2024년 쌀 생산량 전망치를 1970만톤(t)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월 전망치보다 80만t(3.9%) 줄었다.
 
쌀의 국제 가격 지표인 태국산 쌀의 방콕 수출 가격은 1t당 535달러로, 지난 2021년 3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밀 가격도 문제다.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인 호주는 엘니뇨에 따른 강우량 감소로 밀 수확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호주 당국은 2023~2024년도 밀 수출량이 전년 대비 29% 줄어든 2100만t이 될 것으로 봤다. 보리 등의 수출도 전년보다 30~40%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감소는 국제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세계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팜유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이나 2009년경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 팜유 가격은 전년 대비 30~70% 올랐었다.
 
다만 미국 중서부와 아르헨티나 등 라니냐 가뭄의 영향을 받은 지역은 엘니뇨로 강수량이 늘어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풍년이 들면, 큰 폭의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엘니뇨에 따른 이상기후는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연구자들이 5월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과거 엘니뇨가 세계 경제에 끼친 손실은 1982~1983년 4조1000억 달러, 1997~1998년 5조7000억 달러에 달했다.
 
저소득국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다. 외화 부족으로 충분한 식량 수입이 어려워져 식량 위기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식량불안에 직면한 24억명 가운데 거의 절반(11억명)이 아시아, 40%(8억6800만명)가 아프리카에 있었다. 엘니뇨가 영향을 미치는 지역과 겹쳐, 식량 불안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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