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보유 단계부터 처분 단계까지 부동산 세제 전반을 다시 짜는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그동안 가격과 무관하게 1주택자에게 폭넓게 적용됐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혜택도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초고가 주택 한 채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고가 1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고,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에는 횟수나 금액 한도를 두는 방안도 검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초 발표할 세제 개편안을 앞두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에 대한 세부적인 적용안을 마련 중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국내 보유세 적용 대상과 인상 수준, 차등 방식 등을 구체화하는 데 향후 정책 설계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 일반적인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되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 다주택 보유에는 더 무거운 세 부담을 지우는 차등 과세가 세제 개편의 핵심 방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주택 수만을 기준으로 세 부담을 달리해온 현행 체계를 보유 주택의 가격과 이용 목적까지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통상적인 가격대의 1주택을 기준으로 기본적인 보유 부담을 설정한 후, 실거주 여부와 주택 가격, 보유 목적, 소재 지역 등에 따라 세금을 깎거나 더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실제 거주하는 서민·중산층의 1주택이나 지방 주택에는 부담을 덜어주는 반면 호화·초고가 주택, 다주택,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비거주 주택에는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이 같은 차등 과세를 본격화할 경우, 현행 종합부동산세 산정 체계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택 수보다 보유 주택의 합산가액을 중심으로 과세 체계를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초고가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커지는 반면 중저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의 부담 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종부세는 1가구 1주택자에게 12억원, 그 외 개인에게 9억원의 기본공제를 적용한다. 주택 수에 따라 별도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여서 보유 부동산의 총 가액보다 몇 채를 갖고 있는지가 세율을 좌우하는 측면이 컸다.
1주택자의 장기보유·고령자 세액공제 역시 개편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1가구 1주택자가 장기보유 및 고령자 요건을 충족할 경우 두 공제를 합쳐 산출세액의 최대 8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같은 공제율을 적용해도 주택 가격이 비쌀수록 실제 감면액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초고가 1주택에는 공제액 상한을 설정하거나,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에는 공제율을 낮추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장기보유 기간뿐 아니라 거주 기간을 공제 요건에 보다 강하게 반영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감면 대상을 세밀하게 나누는 과정에서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거나 납세자와 과세 당국 간 분쟁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주택을 팔 때 부과되는 양도세 역시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대토론회에서는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생애 한 차례로 제한하거나, 평생 적용받을 수 있는 비과세 총액에 한도를 두자는 제안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도 무제한으로 혜택을 주는 현행 구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횟수 또는 금액 제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현재 1가구 1주택자는 원칙적으로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가액 12억원까지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취득 당시 조정대상지역에 해당했다면 2년 이상 거주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요건만 갖추면 주택을 바꿀 때마다 비과세 혜택을 다시 받을 수 있으며 별도의 횟수 제한은 없다.
다만 비과세 횟수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은 정상적인 주거 이동까지 막을 수 있다는 반론이 거세다. 생애주기에 따른 갈아타기 수요 자체를 억제해 국민의 주거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대형 평형에 대한 주거 수요를 쏠리게 하는 부작용도 거론된다. 비과세 기회가 제한되면 가능한 가격이 높고 면적이 넓은 주택으로 실수요가 집중될 수 있어서다. 결국 정부가 억제하려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해지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보유 목적과 담세력에 따른 정교한 구분 없이 과세를 일괄 강화하면 매물 잠김과 핵심지 쏠림이라는 과거의 부작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유세와 거래세,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책이 강화되면 거래는 위축될 수 있지만 집값은 공급과 입지, 유동성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단기간에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며 “특히 보유세만 높이고 거래세까지 함께 손보지 않으면 매물 잠김이 심화할 수 있는 만큼 보유와 거래를 함께 고려한 균형 있는 세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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