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시한폭탄] 주주 부담 키우는 기업들…작년보다 568%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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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기자
입력 2023-07-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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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달간 유상증자 계획 3조원 웃돌아

  • 하반기 납입완료 물량 쏟아질 가능성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상장사들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개미들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채무 상환 목적인 경우가 적지 않고 시가총액을 훌쩍 넘기는 규모를 조달해서다. 유상증자로 주주 지분이 희석되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신주 물량이 더 많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한 달 동안 나온 유상증자 결정 공시는 10건이다. 조달 금액은 모두 3조151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조달 공시 건수는 크게 차이 나진 않지만 금액은 568%나 늘었다.

가장 큰 금액을 조달하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1조1777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CJ CGV도 1조원 넘는 자금을 자본시장을 통해 확보한다.

유상증자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유통 주식 수가 늘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서다. 현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가 발행되는 점도 부정적이다.

CJ CGV가 유상증자 공시를 한 이튿날인 지난달 21일 CJ CGV 주가는 21% 넘게 급락했다.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약 2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힌 페이퍼코리아 주가도 공시 다음 날 23.40% 떨어졌다. 이 회사 유상증자 규모는 시총(540억원)을 크게 웃돈다.

최근 한 달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도 채무 상환이 적지 않았다. 페이퍼코리아가 발행하는 신주는 채무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도 채무 상환에 3500억원을 사용한다. 전체 유상증자 자금 중 30% 수준이다. CJ CGV도 채무 상환에 3800억원을 쓴다. 

인디에프는 40억3000만원 규모를 유상증자하는데 이 중 40억원을 채무 상환에 쓴다고 공시했다. 다만 인디에프는 제3자 배정을 통해 증자에 나선다고 밝히면서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유상증자는 신주 발행 대상에 따라 △주주 배정 유상증자 △일반공모 유상증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나뉜다. 주주 배정은 기존 주주에게 유상증자해 지분 비율에 따라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일반공모는 일반 사람을 대상으로 공모하는 방식이며 제3자 배정은 특수관계인이나 특정 투자자에게만 신주를 주는 방식을 말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신주에 대해 1년간 보호예수가 되기 때문에 매물이 시장에 쏟아질 부담이 크지 않다. 또 배정 대상이 특정돼 있어 외부 투자를 유치한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다.

SK이노베이션과 CJ CGV 신주 발행 방식이 주주 부담을 늘리는 방식인 점도 주주들에게 원성을 샀다.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경영 실패 책임을 일반 주주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유상증자로 3104억원 조달을 계획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일반공모로 진행한다. 

기업들의 유상증자는 하반기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어서다. 국채, 은행채 등 우량물 발행이 증가하고 새마을금고 유동성 리스크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진다면 비우량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도 있다.

유상증자 매물 공포는 하반기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고 납입일이 도래하지 않은 규모는 4조6000억원으로 상반기 전체 자금 조달 규모를 상회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고 납입이 도래하지 않은 기업 중 93%가 3분기 중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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