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7조8000억원 역대급 '자본 리쇼어링'···전기차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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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은 기자
입력 2023-06-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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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투자 활성화 취지 법인세법 개정

  • 해외에서 번 돈 국내 송금···재원 활용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전기차 분야 투자 확대 등에 필요한 재원 확충을 위해 해외법인 유보금 59억 달러(약 7조8000억원)를 국내로 들여온다. 최근 법인세법 개정으로 해외에서 번 돈을 현지에 쌓아두지 않고 국내로 송금해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현대차·삼성 등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자본 리쇼어링(해외 자회사가 거둔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높은 수준의 잉여금을 보유한 해외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을 직전 연도 대비 4.6배 늘리고, 이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59억 달러(약 7조8000억원)를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이 가운데 79%가 이달 중 서울 본사로 송금되며, 나머지 21%는 올해 안에 국내로 유입된다. 계열사 별로는 현대차 21억 달러(약 2조8100억원), 기아 33억 달러(약 4조4300억원), 현대모비스 2억 달러(약 2500억원)이다. 나머지 3억여원은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현대트랜시스를 통해 충당된다.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의 본사 배당액은 2020년 1억 달러, 2021년 6억 달러에 불과했다. 2022년 13억 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59억 달러로 확대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자본 리쇼어링 추진에는 정부가 국내 투자 활성화 취지로 개편한 법인세법 영향이 크다. 기존에는 해외 자회사의 잉여금이 국내로 배당되면 해외와 국내에서 모두 과세된 뒤 일정 한도 내에서만 외국 납부세액이 공제됐다. 지난해 말 세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먼저 과세된 배당금을 국내 들여올 경우 해당 금액의 5%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세부담 경감과 함께 납세 편의성도 제고돼 국내로 배당할 수 있는 환경이 용이해졌다.

최근 2년간(2021~2022년) 계열사 해외법인의 경영실적 호조도 '역대급' 자본 리쇼어링을 추진하는 데 배경이 됐다. 지난 2년간 경영실적 호조에 힘입어 잉여금을 확보한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은 배당을 대폭 늘려왔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법인(HMA)을 비롯해 인도법인(HMI), 체코생산법인(HMMC)이, 기아는 미국법인(KUS)과 슬로바키아(KaSK), 유럽법인(Kia EU) 등이 대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각 법인별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는 없지만 해외법인 배당금을 적극 활용하기로 하면서 그만큼 차입을 줄일 수 있어 재무 건전성 개선 효과와 함께 현금 확보로 투자를 더욱 적극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본 리쇼어링을 통해 국내 본사로 들어온 자금은 울산과 광명의 전기차 전용공장, 기아 화성 전기차 공장 신설 등에 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제품 라인업 확대,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개발, 연구시설 구축 등 연구개발(R&D) 투자에도 해외 배당금을 이용할 예정이다.

해외 유보금을 국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게 되면 경상수지 개선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대규모 달러 자금 유입으로 환율 상승 압박을 완화시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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