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강타한 베트남, 전력난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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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통신원
입력 2023-05-3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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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의 베트남 도로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대규모 폭염이 연일 베트남을 강타하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에어컨을 비롯한 각종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력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폭염이 5월부터 나타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도심 전력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베트남전력총공사(EVN)에 따르면 19일 하루 동안 국가 전력 수요량이 총 9억2400만 ㎾h로 전년 동기 대비 10.5%나 증가한 동시에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피크(최대) 전력 수요량은 4만4600메가와트(㎿)로 지난해 동기 대비 8.5% 증가한 가운데 역시 올해 들어 최고치를 나타냈다.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댐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발전 여력 부족
거센 폭염 속에 전력 수요량이 늘어나는 데 반해 베트남의 발전 능력은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다. 먼저 수력 발전 가용량은 거의 한계에 가까워진 상태이다.

EVN의 쩐 딘 년 사장은 22일 오후에 개최된 2023년 국가 전기 절약 전개 회의에서 현재 거의 바닥을 드러낸 수력발전 댐이 11일 대비 더 늘어났다고 밝혔다.

통계에 따르면 전국 47개 대형 수력 발전 댐 중 17곳의 수위가 현저하게 낮아진 상황이다. 저수량이 20% 미만인 댐은 21곳이며, 16곳은 최소 수위보다 낮다. 전체 수력 발전 시스템에서 남아있는 저수량은 전력량으로 환산 시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41억 킬로와트시(㎾h) 적은 수준이다.

4월과 5월 중 수력 발전 댐들의 저수량은 최근 수년간 평균치의 50% 미만에 불과하며, 일부 댐은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력 발전 수자원이 심각하게 부족한 가운데 저수량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수력뿐 아니라 다른 발전 시설 역시 상황은 여의치 않다. 풍력 발전의 경우, 현재 발전 가능량이 열악한 바람 조건으로 인해 총 설치 용량의 5.6%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베트남 상공부의 당 호앙 안 차관은 전했다.

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베트남 전력 시스템 내 여유 발전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된다면 전력난과 회전식 정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며칠 동안 베트남 내 여러 지역에서 전력 과부하로 인한 정전이 발생했다. 전력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정전 사태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1㎾h당 6000동 이상의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연료유 사용 발전 시설을 포함해 베트남 전국의 모든 발전 설비가 동원되고 있다.
 

폭염 속 베트남 거리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제도적 대책 강구
이처럼 전력난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력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력난 해결을 위해 기업과 가정 등에서 전력 사용량을 모니터링하고, 정부는 이를 위한 정책과 조치를 더욱 엄격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 일례로 일본과 같이 전력 부족 시 정부가 기업 및 정부 기관이 전기를 절약하도록 하는 강제 규정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간이나 온도를 지정하고 공무원들에게 복장을 간소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앞서 팜 민 찐 총리는 생산, 사업 및 소비를 위한 전력 수요를 보장하기 위한 즉각적인 해결책에 대해 유관기관들과 정부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베트남석탄광물그룹 등으로 하여금 국내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에 충분한 석탄을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수입 석탄을 사용하는 발전소는 차용, 환매, 선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신속하게 수력 발전 능력을 극대화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총리는 또한 베트남석유가스그룹이 가스와 석유로 운영되는 화력 발전소에 충분한 가스와 석유 공급을 보장할 것을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들도 전력 생산에 투입하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건설 투자가 완료된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들은 잠정 가격 협상을 통해 국가 전력 시스템에 즉각적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재생에너지 투자자는 “3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수익이 없었다”며 “우리 모든 투자자들은 현금 흐름을 얻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사업이 운영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EVN전력거래소(EVNEPTC)는 26일까지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PPA)에 대해 상한가의 50% 가격으로 40곳의 투자자들과 모두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상공부는 PPA 사업 중 19개 프로젝트를 승인한 상황이지만, 5개 프로젝트(총 발전 용량 303메가와트)만이 시험을 마치고 상용 발전을 위한 COD(상업운영일)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추가적인 발전 설비들이 전력 생산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폭염 속 베트남 도로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법적 요건도 걸림돌 
현재 베트남 정부는 전력난에 대처하고자 서둘러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가동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각종 법적 요건 등이 걸림돌로 남아있다.

전력 잠정가격에 대한 서류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여러 절차가 남아있다.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전력 운영에 대한 라이선스 △사업 점검 관련 서류 △AGC 시험 확인서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전력 라이선스가 있는 프로젝트는 26곳뿐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작업 승인 인증서가 있는 프로젝트는 18개였다. 이외에도 법적 절차에 묶여 있는 풍력 발전 사업들이 많다. 얼마 전 EVN이 투자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결과 대부분 프로젝트들이 법적 서류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5개의 프로젝트만이 서류를 충족해 전력 생산 자격을 갖추었다. 

아무리 전력난이 심각하다고 하더라도 무턱대고 발전 프로젝트의 가동을 허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든 시설이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서류 부족 문제를 가벼이 처리할 수가 없다. 일부 서류 작업이 무시되어 문제가 발생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베트남이 실시하고 있는 FiT(Feed-in-Tariff·발전차액지원제도) 제도를 한층 유연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들이 시행하고 있는 FiT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하는 제도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공급하는 전력 가격을 보장함으로써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베트남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사업들이 FiT 가격에 맞춰 빠르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EVN뿐만 아니라 투자자, 상공부 및 지역 인민위원회도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관련 절차를 줄이고 빠르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당국은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가져야 하며, 투자자에게 어려움을 초래하는 15호 지침 내용을 전면 폐지하고 상한가 조정 가능 여부와 상한가 산정도 명확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EVN 같은 전기 구매자들은 법적 문제를 피하고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으며, 투자자들은 잠정 가격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조건을 갖추어야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전력난을 타개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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