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비해 더 쌓아라" 정부 요구에…은행권, 대손충당금 대폭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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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3-04-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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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분기 대손충당금 규모 전년 대비 2배 가량 늘릴 듯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이 향후 생길 손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을 당초 계획보다 큰 폭으로 늘리기로 했다. 금리 상승으로 늘어난 이자 수익을 건전성 관리 '방파제'로 쌓아야 한다는 정부와 금융당국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최근 들어 경기 침체 전망이 커진 데다 코로나 이후 표면화되지 않은 대출 부실 리스크가 확산된 점, 은행권의 역대급 순익 시현에 따른 반감과 정부의 상생금융 요구가 심화되고 있는 점도 충당금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재무·리스크 담당 부행장급 임원들은 지난 19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충당금 적립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이 자리에서 하강 중인 경기 흐름을 반영해 충당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국은 또한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조치가 이어져오고 있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권은 통상 과거 10년의 여신 부도율과 부도 시 손실률을 바탕으로 예상 손실을 산정해 충당금을 적립한다. 문제는 지난 3년간 코로나 대출 연장·유예 조치로 인해 연체율이 예년보다 낮게 유지되면서 충당금이 적게 산정되는 '통계의 함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충당금 적립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충당금 산정 과정에서 미래 경기 전망 가운데 가장 보수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삼거나 기준이 되는 부도율 지표를 일정 수준 더 높여 반영하는 등의 지침이 제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충당금 확대 요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은행권의 '고금리 대출'을 겨냥하며 "수익이 좋은 시기에 은행이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국민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금융당국도 "충당금 산정 과정에서 약 3년에 걸친 대출 원금·이자 유예 상황과 악화가 예상되는 미래 경기를 보수적으로 반영해달라"고 은행권에 권고했다.

5대 은행과 금융지주사들은 정부 요구에 발맞춰 당장 이번 주 발표할 1분기 실적에 당초 계획보다 많은 충당금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충당금 요구에 대해 다소 과도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은행권도 이번 요구에 대해서는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중소기업·자영업 등 취약 부문의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충당금을 늘릴수록 이익이 감소해 이제는 부담스러워진 '역대급 이익' 경신도 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노림수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기준 1분기 충당금이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5대 은행이 약 6000억원, 금융지주로 보면 약 1조6000억원이 추가 적립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기준 5대은행과 금융지주사 충당금 잔액은 각각 8조7024억원, 13조7608억원 수준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향후 경기 악화와 취약 차주 부실 리스크에 미리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아야 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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