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했지만 "당국의 금리 미세조정 적당히"···불편한 심기 내비친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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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4-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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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성장세 둔화를 근거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춰 세웠으나 정부의 잦은 금리 조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은은 여전히 고(高)물가를 경계하며 '매파'(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금융당국에선 은행권을 향해 '상생금융'을 위해 금리 인상을 최소화하라며 시장금리를 억누르고 있다. 이 같은 당국의 임의 조정이 금리에 대한 충격을 이연시켜 고통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모이는 'F4 비공개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을 향해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F4 회의는 매주 일요일 재정·금융 수장 4인방이 참석하는 정례 모임이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당국자들에게 "금리를 너무 미시적으로 조정하려 하지 말라"면서 "이는 고통을 이연시켜 금리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국내 경제가 감내해야 할 '고금리' 충격이 단기적으로 지나갈 수 있었음에도 당국이 임의로 개입해 금리를 낮추면서 고통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기준금리는 1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금융시장에선 되레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42~5.91%로 하단이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주담대 고정금리가 3%대로 낮아진 것은 1년여 만이다. 예금금리(1년 만기)도 5대 은행 기준으로 3.37~3.7%를 기록해 역시 하단이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금리가 내려간 이유를 두고 금리 인상기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금융당국에서 시중은행에 금리 인상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한 영향도 작지 않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을 한데 불러모아 "금리 인상이 대출자에게 전가되는 영향을 최소화해 달라"고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들을 순회하면서 '상생 금융'을 외쳤고 은행권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상생 방안과 금리 인하 방안을 내놨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은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에 대해서도 "시장에서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고 정상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 같은 금리 개입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견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통화정책 간 폴리시믹스(policymix)를 위해 충분히 교감하며 적정 수준을 찾고 있다"며 "실제 대출 차주의 수요 감소, 자산 건전성 악화, 신용시장 변화 등에서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난다. 미시 건전성을 보는 감독당국 처지에서는 (금융당국의 개입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크게 저해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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