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멸 중인 영덕에 울려퍼진 아기의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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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태영 영덕문화관광재단 문화관광사업본부장
입력 202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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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예술단체 역할 중요성 역설

[설태영 영덕문화관광재단 본부장]

지난해 10월 한 아이가 탄생했다. 

영덕으로 귀촌한 예술가, 이의연과 우수영의 첫아이다. 30대 초반인 의연씨와 수영씨는 지난해 단원 10여 명과 함께 영덕으로 귀촌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문화예술공동체 NIM’ 단원이다. 

영덕은 소멸하고 있는 도시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 도시가 그러하듯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그 실상이 임종 직전인 인간처럼 에너지가 상실되어 숨소리가 멈춘 듯 고요하다. 사이사이 주인 잃은 빈집은 허물어져 가고 있으며 마을의 활력을 책임져야 할 중간 세대는 자기 부모 공양에, 이웃 어르신 돌봄에, 생업과 마을의 갖가지 대소사에 지쳐 있다. 그나마 그 수도 줄어 마을의 동력이 완전히 상실됐다. 1990년대 12만명이던 도시가 2010년 4만명, 2023년 1월 기준 3만4617명으로 전년 대비 664명 줄었으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1%를 넘어서고 있다. 

영덕군민들의 소멸에 대한 감정은 더욱 깊다. 고려말 목은 이색 선생이 살던 마을이 한옥집성마을로 보존되어 국가민속문화재 301호 영덕괴시마을로 지정되어 있으며, 시대를 거슬러 국민애송시 ‘청산가’를 지은 나옹 왕사의 고향 창수인량마을의 8종택 한옥고택 집성촌을 비롯해 한옥 380기가 남아 있고, 조선시대 갈암 이현일을 비롯한 학문에 대한 열정과 일제강점기 한강 이남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당한 3·18 만세 의거, 동해의 대자연과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벌인 원전 유치 찬반논쟁 등이 더해져 영덕군민에게 뿌리 내린 깊은 역사의식이 더해져 소멸을 바라보는 시선은 죄인의 심정으로 각인되고 있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한 지역문화활력촉진지원사업을 계기로 영덕문화관광재단은 지역문화 활력을 위해 청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영덕 청년, 영덕4H 청년농부, 귀촌하는 예술청년, 귀촌을 준비하는 예술청년, 영덕과 관계를 맺고 싶은 청년을 대상으로 지역 문제를 극복하고자 문화를 통한 청년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청년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 전환한다는 것은 MZ세대 특징인 기술적으로 진보한 혁신도시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예술에 기반한 지속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라 인식하고 이를 위해 청년 문제를 사업계획에 반영해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청년예술단체 역할이 매우 중요했고, 지역문화 활력 촉진 과정이 청년 동력 마련과 선순환 구조를 이룰 때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마차가 움직이려면 두 바퀴가 있어야 하듯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와 쉼과 휴식, 놀이, 육아, 교육이 가능한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지역활력촉진사업의 목적은 소외된 곳의 문화 향유와 접근성이 어려운 문화 약자를 위한 지역문화진흥법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모든 행위에는 스스로 촉발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생활문화 동아리를 비롯한 다양한 동력 중 청년들은 문화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고 도시의 특성을 담을 창의적 자산이며 그리고 소멸의 제1선에서 정주 여건을 개척하고 아이를 낳아 세대를 잇는다. 

이들을 위한 도시가 존재하는가? 공포를 소재로 어느 영화의 제목이 생각나는 이유는 적어도 대한민국에 청년을 위한 도시는 존재하는가? 대부분의 지방 도시에 던지는 질문이다.
  
의연씨와 수영씨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기, 청년예술단 ‘님’ 단원 8명, 영덕으로 이주하고자 함께 입주해 있는 ‘대안문화행동 재미난 복수’ 영덕 청년들 50여 명과 귀촌을 준비하는 문화청년 50여 명이 펼칠 꿈의 도전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역사의 고비마다 주저하지 않았던 의기와 합쳐져 육지의 섬, 오지 중 오지인 영덕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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