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도, 로펌에서도 기업 사건을 다루며 수많은 법률 위기의 '첫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내부 제보로 사내 문제가 터지든, 거액의 손해배상 소장이 송달되든, 새벽에 압수수색이 들이닥치든 위기의 얼굴은 제각각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경영자의 태도도 다양하다. 사건의 성격도 중요하지만 위기 대응의 성패는 사건의 본질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서 이미 절반이 갈린다.
그렇다면 법률 위기 상황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가장 먼저 확립해야 할 리스크 관리 태도는 무엇일까? 첫째는 '가공된 보고'를 버리고 '사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불편한 정보일수록 보고 과정에서 다듬어진다. 불리한 수치는 축소되고 표현은 순화된다. 여기에 기우에 불과하다는 낙관론까지 끼어들면 경영자의 판단에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경영자는 의도적으로 불편한 사실을 찾아야 한다. "지금 괜찮은가"라고 안심을 구하기보다 "최악의 경우 무엇이 드러나는가"를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
둘째, 막연한 낙관을 경계하고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설계해야 한다. 낙관은 비즈니스를 이끄는 원동력이지만, 법률 위기에서는 치명적인 독약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잘못한 게 없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믿음은 자연스러운 자기 방어이지만, 법정에서는 진실 그 자체보다 입증 가능한 사실이 승부를 가른다. 최선의 결과에만 방점을 둔 대응은 도박에 가깝다.
좋은 결과만 기준으로 삼으면 판단은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불리한 결과가 나왔을 때 회사와 임직원,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파장이 미치는지까지 함께 고려할 때 같은 선택이라도 준비의 깊이가 달라진다. 최선의 결과를 위해 노력하되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의 출구 전략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셋째, 초기의 골든타임을 비전문가의 직관에 맡기지 않아야 한다. 초기 대응을 직관이나 내부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응급 환자를 두고 포털 검색창에 증상을 입력해 보는 것과 같다. 무엇을 보존하고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할지, 외부에는 어떤 톤으로 입장을 밝힐지에 대한 초기 대응이 사건의 전체 방향을 결정한다. 사내 법무 조직이 있다면 반드시 함께 상의하고, 사안의 무게에 따라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인 시각을 함께 수용해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한다.
이 과정 어디쯤에서는 결국 '함께 고민할 사람'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법률 문제는 회사 내부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어느 시점에는 외부 전문가와의 협력이 필요해진다. 변호사를 선택할 때 실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준을 몇 가지 떠올려 볼 수 있다.
첫째로 무조건 좋은 결과를 장담하는 변호사는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조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사건의 향방은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의뢰인이 듣고 싶어하는 말부터 앞세우는 변호사는 신뢰하기 어렵다.
화려한 이력이나 인맥보다 사건의 강점뿐 아니라 약점과 부담스러운 부분까지 함께 짚어주는 변호사가 경영자에게는 더 필요하다. 한 가지 덧붙이면 화려한 이름을 내걸고 정작 사건에는 관여하지 않는 변호사도 경계해야 한다. 팀으로 나눠 맡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이름이 실제로 내 사건을 들여다보는지는 확인하는 편이 좋다.
다음으로 변호사의 실력은 동료 전문가들에게 들어보는 편이 정확하다. 어떤 의사가 진단과 수술을 잘하는지는 같은 분야 종사자들이 가장 잘 아는 것처럼 변호사의 실력도 결국 동료 전문가들 사이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가족이 큰 병에 걸리면 아는 의사 모두에게 수소문하듯 변호사의 실력 역시 광고나 수행 실적이 아닌 법조계 내 평판을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변호사가 실력자다. 모든 사건을 혼자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인지를 구별하고, 협업과 네트워크를 통해 더 나은 해법을 끌어오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더 뛰어난 변호사다.
여기까지는 기술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경영자에게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법률 위기는 회사의 신용, 구성원들의 평판뿐만 아니라 그동안 함께 쌓아온 사업과 경영철학까지 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경영자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법조문을 다루는 기술자보다 이 회사가 무엇을 지키며 여기까지 왔는지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때로는 냉철하게 듣기 싫은 진실을 전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곁을 지키며, 법률과 사업과 평판과 사람을 함께 살펴주는 그런 사람 말이다. 이는 의뢰인을 위한 기준인 동시에 같은 일을 하는 나 자신을 향한 다짐이기도 하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온다. 사실을 직시하고, 막연한 낙관을 버리며, 곁에 둘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지가 법률 위기 상황에서 회사의 생존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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