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發 예금금리 상승 재연되나…은행권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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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3-04-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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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전기·가스 등 에너지가격 조정을 유보하면서 금융권이 한국전력·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자금조달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이 고금리로 회사채를 대거 발행하면 은행권에서 예금금리를 올리는 등 시중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전 등 관련 공기업의 자금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한전은 올해에만 5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지난달 기준 4.3% 수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지난해에도 한전은 국내에서만 35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문제는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에너지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소위 ‘한전채’로 불리는 한전 발행 채권은 사실상 투자에 따른 위험이 거의 없다. 가스공사 발행 채권 역시 비슷한 이유로 투자에 따른 위험성이 크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채권대란 당시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한전채 금리가 높아지면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CS) 등 글로벌 은행권 위기 이후 각종 채권 금리가 떨어지면서 시중은행의 예금상품 금리는 많이 낮아졌다.

예금상품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지난달 초 3.963%였지만 불과 1개월 사이에 3.603%로 0.36%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수신 잔액은 총 1871조5370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532억원 감소했다. 이 기간 정기예금 잔액이 828조6513억원에서 818조58억원으로 10조6455억원 줄어들면서 수신 잔액 감소를 주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이 한전채를 필두로 한 공기업 발행 채권으로 몰리면 은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예금을 비롯한 수신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수신금리가 오르면 조달비용 상승으로 인해 여신금리가 덩달아 오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에도 이와 똑같은 환경에서 은행권이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역(逆) 머니무브’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예금금리 상승은 시차를 두고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대출금리 등을 차례로 끌어올렸다. 이에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기업들은 채권시장에서 흥행하기 위해 더욱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생하는 등 채권대란으로 이어졌다.

물론 정부도 상황을 보고있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 지난해 채권대란 당시에도 한전채 발행, 은행의 경쟁적인 예금금리 인상 등을 자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올해 초부터 채권시장과 시중금리가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한편 에너지 공기업 경영 악화가 금융권에 미치는 ‘나비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전력 경영 악화가 지속되면 회사의 지분 32.9%를 보유한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연결재무제표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책은행의 건전성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자금조달 방안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당분간 금융권의 이목이 이곳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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