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은, '현금선택사용권' 도입 동의..'현금 없는 사회'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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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04-0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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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거래를 할 때 소비자의 현금 사용을 보장하는 ‘현금선택사용권’을 법적 권리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가 발의한 관련 법안 입법 취지에 대한 동의 의견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현금 결제수단의 보편화로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고령층 등이 기본적 상거래에서 배제될 위험성이 커짐에 따라, 관련 국책기관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현금사용권 담은 소비자법 발의...한은도 ‘동의’ 의견
4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9월 현금선택사용권을 명문화한 ‘소비자 기본법’ 개정안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소비자기본법 개정 등의 심결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한은에 해당 개정안에 대한 타당성 여부 등의 의견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같은 해 9월 발의돼 현재 정무위원회 심사 단계를 밟고 있다.
 
개정안에는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에 현금 등 결제수단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와 특정 결제수단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사업자가 소비자를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된다는 현금선택사용권이 명문으로 규정됐다.
 
한은 발권국 관계자는 “금융의 디지털화로 한은은 기존부터 현금사용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왔다”면서 “발의 직후 공정위가 해당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안을 요청했고 한은도 현금 사용자들을 보호하는 입법 개정의 기본 취지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현금선택사용권과 소상공인의 영업권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개정안이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현금 결제 감소로 고령층 ‘금융소외’ 확대...“소외계층 위한 정책안배 필요”
한은이 현금사용선택권 도입에 긍정 의사를 보인 것은 정보통신 기술 발달과 비대면화로 공공교통부터 상거래에 이르기까지 각종 금융 결제에서 현금 비중이 몇년 새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3월부터 전체 버스 7490대 중 약 25%인 1876대를 현금 없는 버스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거나 불편한 중소형 상점도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키오스크 등 카드 결제만 가능한 무인 편의점 수는 지난해 3200여 곳을 넘겨, 2년 새 6배나 폭증했다. 한은 금융결제국이 조사한 ‘지급수단별 이용 비중(금액 기준)’에서 현금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14.6%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령층 등의 금융소외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발표한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를 보면 1년간 상점 등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자는 2021년 기준 전체 가구의 7%로, 2018년의 0.5%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모바일 금융서비스의 이용률도 30대는 89.7%였지만 70대 이상은 15.4%로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상거래에서 현금결제 비중이 낮은 일부 국가에서 현금선택사용권은 이미 법제화됐다. 현금 결제가 전체 결제수단의 15% 이하인 스웨덴의 경우, 지난 2019년 은행의 입·출금 서비스 등에서 현금을 반드시 취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덴마크 의회 역시 이미 지난 2015년 지급카드법에 현금결제선택권 조항을 명문화했다.
 
미국도 매사추세츠·필라델피아·뉴저지 주, 뉴욕시와 샌프란시스코시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현금구매자 권리를 명문화하고, 이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법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영국과 뉴질랜드도 유사 개념의 법률을 부분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9년 20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전자금융거래법에 현금결제선택권을 포함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는 제도 도입의 타당성을 인정했지만, 개정안이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해 제도화에 실패했다. 
 
제도 도입과 함께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 안배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디지털 정보 격차가 금융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현금 결제 사용권 역시 외국에서는 하나의 권리로 인정되고 있음을 볼 때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을 공익적 차원에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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