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5% 진입] 예금 보호 두고 옐런-파월 엇박자…시장 혼란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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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3-03-2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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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의장 "모든 예금 보호"

  • 옐런 장관 "포괄적 보험 고려한 적 없어"

  • 시장은 옐런 장관에 더 큰 영향…금융주 줄지어 하락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은행 위기 우려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 장관의 메시지가 엇박자를 냈다. 파월 의장은 예금 안전성 확보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한 반면 옐런 장관은 포괄적 보험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주요 고위 당국자가 같은 날 다른 방향을 시사하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 파월 "모든 예금 보호" vs 옐런 "포괄적 보험, 논의된 적 없어"

파월 연준 의장은 22일(현지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은행 시스템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우리(연준)는 이번 일로부터 교훈을 배웠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예금 보호 조치 효과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모든 예금은 보호되고 있고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며 "지난 일주일 동안 예금 흐름이 안정화됐다"고 말했다. 연준은 앞서 지난 12일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이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재무부와 함께 예금 전액 보장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에도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에서 "모든 예금자들의 예금이 보호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문제는 옐런 장관의 발언이었다. 옐런 장관은 비슷한 시각 상원 세출위원회 금융소위 청문회에 출석해 "포괄적 보험과 관련해 어떤 것도 논의하거나 고려한 바 없다. 이는 우리(재무부)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포괄적 보험 적용까지 시사한 파월 의장과 정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포괄적 보험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까지 언급하며 가능성을 지워버렸다. 옐런 장관은 "은행 사태가 연쇄적인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으로 생각되는 시스템 위기를 야기할 때, 우리는 FDIC가 사안에 따라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날 장관 자신이 추가적인 정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도 대치되는 발언이다. 

◆ 옐런 장관 발언 후 금융주 곤두박질…로이터 "파월이 주고 옐런이 빼앗았다"

 

22일(현지시간) 상원 세출위원회 금융소위 청문회에 출석한 재닛 옐런 재무 장관 [사진=AP·연합뉴스]

미 고위 당국자의 엇갈린 발언으로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전날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은행주는 옐런 장관의 발언 이후 급락세를 보였다. 은행들의 유동성 부족 우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S&P500은 연준의 FOMC를 대기하며 하락하다가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가 정점에 가고 있음을 시사하자 오름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옐런 장관의 발언 이후 다시 곤두박질쳤다. 블룸버그는 옐런 장관이 증시에 희망을 없애기 위해 나타났다며 "이전까지 오른 0.9% 상승을 모두 지워버렸고, 증시가 이 정도로 크게 뒤집힌 것은 올해 여섯 번째"라고 전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금융주였다. 비보험 예금에 대한 불안 심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퍼스트리퍼블릭이 15.47%, 퍼시픽 웨스턴 뱅크가 17.12% 급락하는 등 지역은행들이 대거 낙폭을 늘렸다. SPDF S&P 지역은행 ETF는 -5.3% 밀렸다. 대형은행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3.2% △웰스파고 -3.3% △시티그룹 -3.02% △JP모건 -2.58% 등의 하락폭을 보였다. 

외신들은 옐런 장관의 발언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기자회견을 뛰어넘는 파급력을 보였다고 전했다. 마켓워치는 "옐런 장관이 파월 의장을 압도했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로이터는 "파월이 주고 옐런이 빼앗은 것"이라고 평했다. 블룸버그도 "파월과 옐런의 다른 메시지는 주식시장이 소화하기에 너무 컸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의 모순된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페더레이티드에르메스 스티브 치아바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옐런 장관과 파월 의장이 은행 예금에 관해 동시에 모순된 의견을 전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파월 의장은 모든 예금이 안전하다고 강조했고, 옐런 장관은 객기를 부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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