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기중앙회장 "한일 中企 협의체 만든다"…'민간 외교'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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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3-03-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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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상 첫 4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인터뷰

  • "방일 계기로 일본과 경제 교류 강화할 것"

  • "근로시간제 개편안 오해…노동개혁 필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집무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일 중소기업 민간 협의체를 만들어 경제 교류에 앞장서겠습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16~17일 일본 출장을 다녀온 후 처음 발표한 방문 성과다. 김 회장은 올해 한·일 중소기업들이 양국을 오가며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 회장은 “한 차례 일본 방문으로 성과를 내긴 어렵다”면서 “오는 5월 일본을 다시 찾아 양국 간 경제 교류를 위한 후속 사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도 방한할 예정”이라며 “민간 차원에서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과 ‘민간 외교’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12년 임기 동안 규제 개선 등 중소기업의 국내 사업 기반을 다졌다면 새롭게 맞이하는 4년 임기 중에는 중소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만들 생각이다. 
 
대담=유현희 산업2부장 
일본 방문 성과는···“인재‧기술 교류 협의”
 
한·일 정부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 개선에 나선 가운데 중소기업계도 교류 활성화에 물꼬를 텄다. 특히 김 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냉각됐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협력 관계가 복원될 거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에 돌입한 이후 한국 기업들은 소부장 분야에서 일본 의존도를 줄여왔다. 하지만 아직 100% 국산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회로를 새길 때 쓰는 포토레지스트는 77.4%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산 비중이 94%에 달한다.
 
김 회장은 “소부장이 국산화됐다고는 하지만 불화수소 등 일부 품목에 그친다”며 “일본이 가진 원천기술을 단시간에 따라잡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중소기업이 일본과 원천기술을 교류할 수 있도록 현지 공장 방문을 추진할 것”이라며 “연내에 일본에서 전시회를 7번 개최하는 등 현지 진출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방일 기간에도 김 회장은 일본 정·재계와 만나 양국 중소기업 간 인재‧기술 교류 확대를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 16~17일 윤석열 대통령 방일 일정에 동행한 그는 업종별 중소기업인들로 구성된 중소기업 대표단을 파견해 별도로 현지 일정을 소화했다.
 
“12년 추진한 중소기업 정책, 4년 내 완성”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김 회장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귀국 직후인 이날도 어김없이 중앙회로 출근해 업무를 살폈다. 중기중앙회장은 급여가 없는 비상근직이지만 그는 주 4회 이상 집무실로 출근한다. 보통 주 1~2회 출근하는 다른 경제단체장들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김 회장은 중앙회 일에 헌신해 왔다. ‘직업이 중기중앙회장’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그가 사상 최초로 4선 회장에 오른 것도 중앙회를 위해 쏟아온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김 회장은 23‧24대(2007~2015년) 회장을 지냈으며 26대(2019~2022년)에 이어 27대까지 연임에 성공했다.
 
중기중앙회는 ‘김 회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지난 12년간 그는 큰 역할을 했다. 중앙회 위상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지난해 창립 60주년 행사를 경제단체 중 최초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었고, 올 초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처음으로 공동 주최해 윤 대통령을 초청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앞으로 4년 임기 동안에는 지난 12년간 추진해 온 중소기업 정책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납품단가 연동제 안착, 기업승계 제도 추가 개선, 주 52시간제 개선, 중대재해처벌법 형사 수준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납품단가 연동제나 기업승계 제도는 입법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시행령 등 세부 내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장직을 세 번 수행하면서 사안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직접 마무리하려 한다”며 “이번 임기에 정책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납품단가 연동제와 관련해서는 예외사항 범위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연동제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은 ‘계약금액 1억원 미만, 계약기간 90일 이하’를 예외사항으로 두고 있다. 이 금액과 기간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규모별‧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해 연동제 혜택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아울러 쪼개기 계약의 대표 유형을 탈법행위로 구체적으로 추정해 부정행위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기를 글로벌 전문기업으로”···진출 지원
 
27대 회장에 도전하며 내세운 공약은 ‘중소기업은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협동조합은 중소기업의 성장 플랫폼으로, 중앙회는 정책 지원의 메카로’였다. 이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중소기업 글로벌화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중소기업 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사업 무대를 넓혀가는 데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나선 윤 대통령과 동행해 현지 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했다. 이에 앞서 중앙회는 지난해 4월 UAE 경제부와 경제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중소기업의 중동 시장 진출 지원에 앞장섰다. 
 
김 회장은 “이전에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건설‧플랜트 수출을 통해 중동 시장에 나갔다면 최근엔 스마트팜 등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현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중동에서 고부가가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9월과 12월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국내 중소기업의 현지 진출과 수출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이 밖에도 중앙회 차원에서 북미와 유럽, 중동, 동남아 등에 ‘프리미엄 한국관’을 파견해 국내 중소기업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관을 파견한 국가만 00곳에 달한다.
 
중기 애로 해소 앞장···“중앙회 재정 자립 목표”
 
김 회장은 이번 임기 내 중앙회 재정 자립도 약속했다. 정부의 중앙회 운영 지원비를 협동조합 활성화 보조금으로 전액 변경하고 정부 예산 독립을 이루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는 “지난 12년간 재정 자립을 위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재정 자립이 가능해지면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계를 대변해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쓴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해 대기업 경제단체들이 납품대금 연동제 법제화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내자 “지난 14년 동안 나서지 않다가 뒤늦게 반대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출금리를 인상한 은행권을 향해서는 “비 올 때 우산 뺏는 격”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최근에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두고 소신 발언을 했다. 주 단위 근로시간이 현행 최대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으로 확대된 데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며 “일본처럼 월 최대 100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한 것. 해당 발언이 논란을 빚으며 김 회장 회사(제이에스티나) 홈페이지엔 불매운동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굽히지 않고 중소기업계 상황을 재차 강조한다. 김 회장은 “현행 주 52시간제에서 중소기업은 긴급발주 대응, 대체 인력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조선업은 수리 선박 출항 일정과 물때를 맞추려면 야간작업이 불가피하다. 건설기계 정비업은 현장에 투입된 기계들이 오후 3~4시 이후 정비소로 입고돼 연장근로가 필수적이다.
 
“근로시간제 개편안 유지되길···노동 개혁 기대”
 
하지만 정부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를 유발한다는 논란이 계속되면서 윤 대통령이 개편안에 대해 보완 검토를 지시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개편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우려를 해소하라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당초 안이 유지되길 기대한다”면서도 “보완 방안 마련 시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과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이 조화를 이룰 수 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데 대해서도 해명했다. 월 단위 선택 시 주평균 근로시간은 최대 52시간으로 현행과 같아 근로자 건강권이 충분히 보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될수록 주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50.8시간, 49.6시간, 48.5시간으로 줄어든다.
 
김 회장은 “청년 근로자들이 우려하는 장시간 연장근로는 일반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노사가 합의(집단‧개별 동의)해야만 근로시간제 도입이 가능하며 근로자들이 원하지 않는 연장근로는 강제 근로 처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노동법으로 강력히 규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김 회장은 “노동 관련 법‧제도는 경직적이고 낙후됐으나 변화가 없다”며 “과거 정부 모두 노동 개혁을 정책 우선순위로 추진했으나 국민여론 악화, 노동계 반발 등으로 인해 미완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도출하는 등 노동 개혁 추진 방법과 속도에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회장은 “특히 화물연대의 불법적인 운송 거부 등을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 점을 높게 평가한다”며 “노동 개혁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955년 충북 증평 출생 △1988년 로만손(현 제이에스티나) 창업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초대 회장 △서울대·고려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충북대 명예 경제학 박사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훈 △제6대 관세행정발전심의위원장 △제23·24·26대 중기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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