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담 폭증"…'학폭 정시반영' 강수 예고에 '전문 로펌'은 문전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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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03-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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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사진=연합뉴스]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논란을 계기로 교육부가 학폭 처분 결과를 정시 등 대입 과정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한다며 엄포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향후 ‘학폭 소송전’이 더욱 빈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시에서 학폭 처분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이에 불복하기 위한 행정소송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시에 '학폭' 기록 반영 검토···"관련 문의 2배 증가"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입 과정에서 학폭 처분 기록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관련 상담 건수도 최근 증가하고 있다. 통상 1월과 2월은 학폭과 관련된 상담과 수임 ‘비수기’임에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담 건수가 최소 2배가량 늘어났다고 강남 일대 학폭 전문 로펌들은 설명한다.
 
학폭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서초동 소재 한 로펌은 “정순신 논란이 터진 이후에는 거의 ‘학기 중’인 것처럼 상담을 받았다. 전년과 비교하면 상담이 2배 이상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삼동에 위치한 학폭 전문 법률사무소 역시 “일반적으로 1월과 2월에는 하루에 많아야 관련 상담이 1~2건 수준인데 지난달과 이달에는 이례적으로 일평균 3~5건가량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 개인 사무실을 둔 학폭 전문 변호사 역시 “월평균 상담전화가 지난해 연초에는 20~30건도 안 됐는데 지난달에는 70건 이상이었다”고 언급했다.
 
교육부가 정시에 학폭 기록을 반영하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 2일 학교폭력 기록을 정시에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역시 학폭 가해자 생활기록부(생기부)에 강제전학 등 학폭 조치 사항 기재 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학폭 기록이 대입 성패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소송을 통해 학폭 처분에 대한 생기부 기재를 지연시키거나 처분에 불복해야 할 필요성이 훨씬 커진 것이다. 학폭위 심의 건수 자체가 늘어난 점도 소송 증가 전망을 뒷받침해준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폭위 심의건수는 9790여 건에 달했다. 2학기 추정치를 감안하면 지난해 전체 학폭위 심의 건수는 2만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학폭위 조치 중 출석정지 14.9%, 학급 교체 4.2%, 전학 4.5%, 퇴학 0.2%로 중징계 비중도 전체 중 23.8%를 기록했다.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는 “학폭 기록이 정시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하면 학교폭력 가해자들로서는 대학 입시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불복 소송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송 수임료만 '1000만원대'···"남발 막으려면 조건부 유예 함께 도입해야"
학폭 수임 시장에 뛰어드는 전문 변호사와 로펌도 우후죽순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법률사무소 학폭 전문 변호사는 “학교폭력 신고 문의와 더불어 학폭위 처분에 대한 불복 절차 관련 상담이 줄곧 늘었다”면서 “주로 졸업 이후까지 소송을 1년 이상 지연시켜 (학폭) 처분 기록이 남지 않게 만들거나 학폭위에서 보호처분 4호 이상이 나오지 않게 한다. 이미 사회봉사 이상 처분이 나왔을 때는 생기부에 기록이 남기 때문에 불복 소송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학폭 가해자 연령이 낮아지고 유형도 신체적 폭력에서 언어폭력과 사이버 폭력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이에 대한 컨설팅을 담당하는 변호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초·중·고교 인원은 약 5만3800명으로 이 중 초등학생이 4만1600여 명을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학폭 전문 변호사는 “기존에는 입시와 관련해 불복 절차를 거쳤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가해자로 인정돼 처분을 받을 시 부모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입시에는 영향이 없지만 그럼에도 가해 학생으로 낙인 찍힐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폭 전문 로펌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게 로펌업계 전언이다. 최근에는 교육청 근무 경력이나 교직 경험이 있는 변호사를 영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학폭위 수임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 몸값도 높아지면서 수임료도 치솟는 상황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 학교폭력을 전문 분야로 등록한 한 변호사는 “수임 목적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사건을 지연시킬 목적이라면 소송도 장기전이 되다 보니 수임료가 자연 비싸진다. 대형로펌 학폭 전담팀은 최소 수임료로 1000만원, 사건이 심각하거나 크면 수임료로 수천만 원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한편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추가 징계에 대한 조건부 유예제도도 함께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변호사는 “학교 폭력 예방법 입법 목적은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인데 징계와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며 "불이익이 너무 크면 신고 위축이나 가해 학생의 강력한 반발로 인한 법적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시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려면 일반 형사 사건의 집행유예처럼 징계는 내리되 사안의 경중에 따라 조건부 유예식으로 사후 구제가 가능한 예외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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