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전교 꼴찌였던 송정훈 대표가 미국서 컵밥으로 1등이 되기까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3-01 00:0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전교 꼴찌·전과목 F·춤꾼···송정훈 유타컵밥 대표의 학창시절 수식어다. 춤 말고는 잘하는 게 없던 그는 20대 중반에 안 되면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6개월 왕복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던 어느날 전 세계 음식이 모두 모인 대형 음식 박람회에 갔을 때 한국 음식이 없는 걸 보고 친구들과 푸드트럭 컵밥을 창업했다. 싸고 맛있고 빠르지만, 그저 저렴한 한 끼 식사로 여겨졌던 노량진 컵밥에서 그는 기회를 찾았다.

 

[사진=송정훈 대표 제공]


Q. 미국에서는 컵밥을 하시는 분들이 아예 없었나요?
A. 그때 당시에 제가 알기로는 없었어요. 근데 지금은 많이 하시더라고요.
 
Q. 사람들이 대표님께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A. 소스 맛이 뭐냐고 물어보는 분들 제일 많아요. “어떤 소스가 올라가냐” 그리고 “이 용기는 어떻게 구했냐” 이런 질문을 많이 하시죠.
 
Q. 그러면 어떻게 대답하세요?
A. 일단 최대한 대답을 드리기는 하는데 레시피를 가르쳐줄 수는 없잖아요. 제가 드릴 수 있는 정보는 예를 들어 트럭과 트레일러 중 어느 쪽이 좋냐, 용기의 크기는 어떻게 되냐,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 등 이런 것들은 최대한 다 말씀을 드려요.
 
Q. 미국에 매장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 트럭을 계속 이동하며 파는 건가요?
A. 원래는 트럭으로 시작했었고요. 지금은 매장이 더 많죠.
 
Q. 트럭에서 팔면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데 계속 움직이다 보니까 못 찾아오는 경우도 많잖아요.
A. 그래서 SNS를 팔로우 해야 되는 거예요. 거기에만 공지를 했거든요.
 
Q. 만약에 자녀가 커서 “아빠처럼 컵밥 한번 해볼래”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A. "안 돼"라고 일단 얘기해야죠. 요식업이 쉽지 않거든요. 굉장히 쉽게 들어오는 동시에 쉽게 나가는 게 사업이에요. 무슨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들어 올 수 있지만, 반면 쉽게 망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하겠다고 한다면 시켜야겠죠. 대신 여러 준비 과정을 도와주고 싶어요. 금전적인 도움이 아니라 서류 준비와 파트너들과의 관계 등에 대한 조언이죠.

Q. 자녀에게 창업 선배로서 단 한 가지를 알려준다면 무엇을 알려주고 싶으세요?
A. "사람을 조심해라. 그렇지만 사람 없이는 사업이 안 된다"라는 걸 꼭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Q. 3명이서 동업을 창업을 했다고 들었어요.
A. 현재 두 분은 나갔어요. 저와 새로운 파트너들이 있습니다.
 
Q. 주위에서 "친구끼리 사업하지 마라"는 얘기를 해요
A. 조심해야죠. 사업은 조심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결혼을 아무와도 하지 않잖아요. 동업은 사업에 있어서 결혼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보이는 모습만 보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Q. 미국에서 컵밥을 한다고 해서 이렇게 화제가 되진 않았을 것 같아요. 어쩌다가 대표님께서 화제가 된 거예요?
A. KBS ’다큐 공감‘이라는 프로그램의 PD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트럭 하나로 하고 있었을 때인데 저희를 찍고 싶다고 하셨죠. 당시 저는 그 연락이 사기는 아닐지 우려했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성공한 것도 아니었고, 한창 열심히 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왜 우리를 찍지"라는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제가 다른 사람을 소개해준다고 했지만, PD님은 꼭 우리를 찍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한국에 왔을 때 미팅을 했었어요. 커피숍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 막 울었어요. 그러면서 "이분과 함께 하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분이 유타로 오셔서 우리 이야기를 촬영했어요. KBS에서 방영되긴 했지만, 그게 SNS에 많이 공유됐어요. 그래서 엄청난 연락들을 받기 시작했죠.
 

[사진= 송정훈 대표 제공]


Q. 대표님 창업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어쩌다 창업을 하게 됐고 어떻게 지금의 자리까지 올랐는지 듣고싶어요.
A. 그때는 정말로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슨 꿈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그래서 그냥 트럭을 샀고 무언가를 만들었죠. 물론 처음부터 사람들이 많이 왔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언젠가 제 트럭 앞에 사람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여러 마케팅을 시작했죠. 그런 과정이 조금씩 진행되면서 꿈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아울러 컵밥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도 싶었어요. 한국 음식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정말 크거든요.
 
Q. 컵밥을 맛본 미국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일단 낯설어했죠. 다만 겉모습은 굉장히 낯선데 막상 먹어보면 미국인이 평소 즐겨 먹던 소스 맛이 나기 때문에 그렇게 낯설어 하지 않아요. 반대로 한국인이 먹을 땐 "어? 이거 뭐지?"라는 생각이 들겠네요.
 

[사진=송정훈 유타컵밥 대표 제공]


 Q. 단골도 있나요?
A. 진짜 많죠. 어디든지 저희를 따라다니는 사람들도 많고요. 지금은 한 8~9년 정도가 지났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다녔던 자녀들이 이젠 성장해 본인 가족을 데리고 오기도 해요. 그럴 때 굉장히 감동해요.

Q. 창업을 준비하는 20대에게 3가지 조언을 해준다면요.
A. 첫 번째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라. 그게 요식업이건 뭐든 상관없이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나야 해요. 두 번째는 경제적인 준비를 해라. 투자자를 모으기보다 혼자 할 수 있는 상태에서 가장 위험성이 작은 계획을 차근차근 이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결혼이에요. 사업을 하다 보면 외로울 때가 많아요. 그때 100% 제 편이 돼줄 사람은 배우자거든요. 저 역시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울 사람은 제 와이프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먹고 사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것이 재밌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일을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다른 얘기거든요. 그래서 저는 본인이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송정훈 유타컵밥 대표 [사진=김호이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