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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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교수
입력 2023-01-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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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교수]


사실상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가족이 모였다.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기간이 길었던 만큼 전에 없이 낯설기도 했지만, 가족 간의 정(情)을 느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동안 서로 나누지 못했던 이야깃거리는 자연스레 가족을 하나로 모아 주었다.
다채로운 설 음식과 함께 찻잔을 기울이며, 오랜만의 해외여행과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의 위드코로나 이후 생활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물론 MZ세대 신입사원을 대하는 자세 등의 이야기는 세대 변화와 함께 모두가 흥미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만, 술 한잔 걸친 녹록지 않은 개인사업자들의 한탄 어린 이야기에 분위기는 다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코로나가 점차 줄어들며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 속에 식당을 운영했지만, 기업들의 점심이나 회식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특히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기업의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에 있다. 사람들이 확진 등으로 인해 재택근무 혹은 하이브리드 근무 등으로 2년여 이상 비교적 자유롭게 일을 하다 보니 왠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상사와의 관계는 물론 심지어 일과 후까지 회식 등의 업무가 이어진다는 생각이 왠지 구시대로 회귀하는 것같이 느낀다는 이야기 속에 기대만큼의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 고금리 위기로 우리에게 2022년은 전에 없는 경제 위기를 맞이하였다. 갑작스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속에 기업들은 새로운 공급라인을 찾기에 바빴으며, 더욱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 속에 생존을 위해 긴축경영과 효율성을 더욱 중요시하기 시작하였다. 과거 긴축경영의 시작은 비용절감으로 그 대상은 주로 연구개발(R&D)의 축소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3D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의 발전과 더불어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은 대규모 생산을 통한 비용절감보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는 기업들이 제품 자체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제품과 관련된 새로운 서비스로 연계하는 데서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정보시스템 발달은 기업의 핵심역량만을 남기고 다른 부분들을 아웃소싱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가상기업들은 전통적 시장의 서비스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판매 상품의 다변화와 거래량 증가는 새로운 소비 창출과 경제 동력으로 인식되었다.  
대표적 가상기업인 미국의 아마존은 무인매장에서 계산대 없이 장을 보고 결제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다. 그 시작은 매장의 계산대에서 점원을 없애는 것이었다. 고객이 입장한 후 제품을 골라 담고 게이트를 지나는 순간 자기가 담은 모든 물건 값이 자동 계산되도록 만들었다. 2018년 시애틀에 아마존고(amazon go)를 통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코로나 시기 시애틀에만 7곳,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에 20개의 매장이 오픈하였다.
아마존고와 같은 시스템을 위해서는 고객이 집어 든 물건을 컴퓨터 비전이 감지해 중앙컴퓨터로 전송하고 AI를 통해 분석하여 입장 시 실행한 앱을 통해 등록된 신용카드로 계산이 되도록 함으로써 계산대 점원이 없는 무인매장을 완성하였다. 편의점의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 역시 교토도 내 점포의 로손(LAWSON) 매장이 아마존고와 유사한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였고, 중국 역시 이치산디엔(一七闪店)과 샤오마이편의점(小麥鋪便利店) 등 다양한 무인 편의점 프랜차이즈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편의점 수는 10만개를 돌파했다.
일본체인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전체의 편의점 점포 수는 일본의 2배에 달하며, 시장규모는 1905억 위안, 우리돈으로 31조2700억원에 달하는 시장으로 성장하였다. 코로나를 거치며 우리나라 역시 무인편의점 점포 수가 증가하여 3300개를 넘어섰다. 최저임금 증가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야간시간을 무인으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형 점포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아마존고와 같은 완전 무인방식의 편의점은 2021년 문을 연 스마트코엑스점이 유일하다.
실제 2022년 12월 통계청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40대 취업자수는 3000명대, 30대 일자리는 4만6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경기 속에 증가했다는 점이 고무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지난해 전체 취업자 증가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55.4%이다. 40대 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0.8%포인트 증가한 반면, 60세 이상은 1.6%포인트 증가하였다. 또한 주당 근로 시간이 36시간 이상인 취업자가 0.7% 증가한 사이 36시간 미만 단기 취업자는 5% 증가하였다. 막말로 우리나라 고용지표가 온통 고령층의 재정일자리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 디지털 전환 속에 기업의 디지털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접객과정의 직원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단순한 비용 절감의 효과뿐 아니라 고용구조의 변화를 야기한다. 과거 여러 사람들 중에서 우리 기업에 맞는 인재를 골라서 뽑는 채용(採用)의 방식이었다면, 지금의 기업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필요한 사람을 필요한 시기에만 투입하는 고용(雇用)의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재를 키우기보다는 필요한 시기에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다보니 신입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기저효과로 본격적인 불황이 예상되는 시기를 고려한다면 고용의 감소는 한창 일할 나이의 취업자가 줄어드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한 고용된 직원들이 기업에 정(情)이 있을 리 만무하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지속적인 고금리는 청년들의 창업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기 고용 혹은 비정규직의 증가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서로 안 봐서 속 편하던 상사와의 문제도 더욱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소위 상사의 갑질 논란과 같은 문제는 세대와 지위 변화에 더욱 증가할지 모른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참을 수밖에 없는 곤란한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해도 위험과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당하는 입장일 뿐이다.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상황이다.  
코로나만 끝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3년간의 시간은 기대보다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관리자의 문 앞에서 부하직원이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을 때, 해당 상황의 문제는 필히 관리자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직 우리의 젊은 직원들은 동료들과 함께 협업하고 성장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이다. 기업이 근무방식의 효율화만을 추구하다 보면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누가 문제인지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어려운 시기, 채용 둔화와 노동의 형태가 다변화된 상태에서 국가와 기업을 위해서라도 젊은이들에게 내일이 기대되는 정(情)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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