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방어권 행사 지장 있을 정도로 모호한 공소장은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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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01-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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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일시와 장소를 특정키 어려운 경우라도, 지나치게 개괄적인 내용의 공소장은 유효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3)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본인의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성명 불상자에게 건네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이 공소장에 기록한 공소사실에서 A씨의 범죄 혐의는 하나의 문장으로 적시됐다.
 
A씨 측은 “검찰이 범행 일시와 장소, 체크카드 양도 상대방과 양도 방법을 특정하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1심과 2심은 제공 카드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활용됐다며 A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범행 일시와 장소, 가담자 등을 특정키 어려운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상 검찰의 공소사실이 해당 요소를 특정하지 못했더라도 유효한 공소장이라는 것이 원심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소사실의 기재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이 지목한 범행 일시가 12일에 걸쳐 있는 등 사실관계가 너무 개괄적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 적용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카드 등)의 양도·대여·전달 등 교부 방식에 따라 범죄를 구분함에도 공소장에는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성명불상자에게 건네줬다”고만 적시돼 A씨의 방어권 행사가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범죄 일시와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편의를 위해 지나치게 개괄적으로 표시함으로써 사실상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경우는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기재가 있는 공소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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