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사법리스크]지도부 만류에도 검찰 출석 결정...이재명의 진짜 속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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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수습기자
입력 2023-0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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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검찰 출석, '적(敵)의 패' 확인할 기회

  • '불출석' 뚝심 꺾인 건 '가족리스크' 때문

  • 새해 맞아 '해묵은 부담 털어내기'란 해석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검찰은 지난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에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 관련 소환 조사를 '또' 통보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가 끝난 지 6일 만의 일이다. 당시 성남 시장이었던 이 대표는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로, 성남시에 손해를 입히고 민간업자들이 404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얻도록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의원들은 이 대표 출석을 극구 만류했다. 검찰의 소환 요구는 정치 탄압이자 망신 주기 목적이 깔려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작 소환을 통보받은 이 대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18일 침묵을 깨고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검찰이 형식적 권력을 갖고 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도 "아무 잘못도 없는 제게 또 오라고 하니, 제가 가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말린 검찰 출석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22일 본지는 정치 전문가, 심리학자와 함께 이 대표의 의중을 분석해봤다.
 
李 검찰 출석, '적(敵)의 패' 확인할 기회

양승함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 대표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적인 검찰을 알아야 향후 대응 전략을 잘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해 얻는 이점도 있다"며 "검찰이 이번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과 관련해 어떤 증거를 확보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의혹의 진실은 이 대표가 가장 잘 알겠지만, 검찰이 또 어떤 새로운 증거를 이 대표에게 들이밀지는 모르는 것"이라며 "검찰이 어떤 패를 쥐고 있는지는 직접 출석해봐야만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 교수는 "이 대표는 판을 철저하게 짜는 사람"이라며 "검찰과의 대치가 길어질 모양새인데, 싸움에 철저하게 대비하며 전략을 짜나갈 기회"라고 진단했다.

이어 "적진에 들어가 봐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며 "향후 이 대표가 '떳떳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검찰로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부담될 것이다. 이 대표도 이를 아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불출석' 뚝심 꺾인 건 '가족리스크' 때문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이 대표는 전부터 검찰에 매우 강하게 대항해왔는데 최근 들어 '출석' 움직임으로 바뀐 것"이라며 "이는 자신의 문제가 가족 수사로 확대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최근 이 대표의 아들 등 가족에 대한 수사도 이뤄진다"며 "이 대표가 그 무엇보다도 위기감을 느끼는 대목일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무혐의로 결론 났던 이 대표의 장남인 이동호 씨의 불법 성매매 의혹 관련 재수사에 착수했다. 당초 검찰 불송치로 종결된 사건이지만, 검찰이 수사 결과의 일부분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아울러 이 총장은 대표로서 위상에 대한 고민도 깊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는 "(사법리스크가 계속되면) 이 대표의 내년도 총선 공천권에 대한 당내 반발이 일 수 있다"며 "이 대표 스스로 '친문', '친명', '비명' 등 여러 계파가 존재하는 당의 상황 속 자신의 위상에 대해 고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검찰의 행위 역시 이 대표에 대한 사법적 판단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여당에 유리한) 총선을 위한 사전 포석이나 게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새해 맞아 '해묵은 부담 털어내기'란 해석도

전계완 MBN 정치아카데미 대표는 "검찰 조사가 넘어야 할 산이라면 미룰 이유가 없다고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내에선 이 대표가 '휘말린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현재 상황으로선 검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 조사를 피했다가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의 검찰이라면 이 대표에게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을 당장 우회할 방법이 없으니, 차라리 출석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고 이 문제를 빨리 손에서 털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 대표가 정치적 부담을 검찰 조사로 털고 가려 한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민주당 지도부나 의원들은 이번 조사 소환을 '흠집 내기'라며 출석을 만류했는데, 이 대표는 (검찰에) 나가겠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조사에 응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떳떳한 입장을 확실히 정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새해 초라는 걸 고려하면 검찰 조사에 출석한 후 깨끗한 마음으로 새로운 정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이는 죄의 유무와는 별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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