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중국 '핵산검사 제국'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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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12-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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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發國難財…핵산검사기관 '도마 위'

  • '음성'이 '양성'으로 둔갑 '비일비재'

  • 장허쯔 '핵산검사 제국'에 쏟아지는 비판

  • 공안 출신 사업가…'뒷배' 의혹도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핵산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중국 톈진에 사는 중국인 리씨(가명). 그는 지난달 23일 코로나 핵산검사 기관으로부터 양성 확진 판정 통보를 받고 코로나 확진자 임시 집단격리시설인 '팡창(方艙)'으로 이송됐다. 팡창은 중국어로 '네모난 선실'이란 뜻으로, 일종의 야전 간이병원을 말한다.

그곳에서는 아무런 처방도 치료도 없었다. 그런데 나흘 후, 그는 톈진시 정부 디지털 방역 앱을 통해 23일 검사가 음성이었음을 확인했다. 의사에게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쨌든 음성이니 곧 팡창에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는 리씨. 하지만 팡창에 들어온 지 엿새째 되는 날부터 진행된 핵산검사에서는 양성 반응이 뜨기 시작했다. 음성으로 팡창에 이송돼 감염자들과 생활하면서 결국 코로나에 감염된 것. 팡창에 수용된 680명 중에는 리씨처럼 ‘음성’ 판정을 받고도 이송된 사람이 수두룩했다.
 
리씨가 지난 6일 기자에게 위챗으로 직접 보내온 실제 경험담이다. 핵산검사는 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유무 검사를 말한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고 확진자가 계속 나와야 떼돈을 벌 수 있는 검사기관들이 검사 결과를 조작한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핵산검사 기관들의 결과 조작과 같은 불법 행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중국 누리꾼들은 ‘발국난재(發國難財, 국가의 재난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오늘날 중국인에게는 먹고 자는 것처럼 핵산검사를 받는 게 일상이 됐다. 핵산검사 상시화 정책 아래 주민들은 2~3일에 한번씩 거리의 무료 검사소에 줄을 서서 핵산검사를 받아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핵산검사는 중국 제로코로나 방역정책의 ‘핵심’이지만, 주민들에겐 마치 족쇄와도 같았다. 얼마 전 일명 백지시위로 불리는 반(反)제로코로나 시위에서 중국인들이 “핵산검사 대신 자유를!”이라고 외치며 핵산검사 강제 요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배경이다.
 
發國難財…핵산검사기관 '도마 위'

중국 핵산검사 기관 '우후죽순'[아주경제DB]


코로나 발발 3년째. 중국 핵산검사 시장은 연간 140억 위안(약 2조6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도로에는 핵산검사소가 우후주순 격으로 늘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핵산검사기관은 2020년 3월 2081개에서 2022년 5월 1만3100개로 3년 새 6배 증가했다.
 
중국 둥우증권은 중국 1·2선도시(2021년 기준 인구 5억500만명)에서 핵산 검사를 상시화하면 연간 1조4500억 위안(약 272조원)의 비용이 든다고 추산했다. 이는 중국 공공예산의 7.1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주민 핵산검사 비용을 떠안은 지방정부 재정은 파탄에 이르렀다.
 
돈방석에 앉은 것은 핵산검사 기관이다. 중국증시에 상장된 ‘주안(九安)의료’라는 핵산검사 회사는 올 1~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00배 이상 급증했다. 핵산검사 상시화 정책으로 몸집을 불린 핵산검사 기관들의 증시 상장 행렬도 이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핵산검사 기관들의 핵산검사 결과 조작, 무허가 핵산검사소 운영 등과 같은 불법행위도 비일비재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달 29일 ‘핵산검사 혼란이 그치지 않으니, 전염병이 가라앉질 않는다(核酸亂象不止,疫情永無寧日)’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핵산검사 기관의 불법 행태를 맹비난했을 정도다.
 
칼럼은 최근 7개 성·시에서 발생한 10개 핵산검사 기관의 결과 조작 사례를 나열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허위보고로 코로나가 범람해 핵산검사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도시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이제 핵산검사 기관을 규제할 때가 왔다고 경고했다. 핵산검사 기관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흘러나왔다. 
 
장허쯔가 세운 ‘핵산제국’의 실체
특히 최근 간쑤성 란저우의 한 핵산검사 회사의 검사결과 조작 행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25일 ‘허쯔화시(核子華曦)실험실’이라는 핵산검사 기관에서 ‘음성’ 결과가 나온 인원을 양성 확진자 명단에 잘못 집어넣어 멀쩡한 사람이 격리시설로 이송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허쯔화시는 지난 2년여간 이미 수차례 불법행위를 저질러 문제가 됐던 업체다. 얼마 전에는 허베이성 싱타이의 한 마을에서 전수검사를 진행했는데,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전원 음성’으로 상부에 결과를 보고해 논란이 일었다. 비용을 아끼려고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허위 보고를 한 것. 
 
중국 건강시보는 지난달 말 “허쯔화시가 이미 핵산검사 결과 허위보고, 의학증명서 위조, 자격증 없는 비기술직 지원 고용 등 10차례 불법행위로 적발됐지만 경고·시정 조치나 최대 5만 위안의 미미한 벌금형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고발했다.
 
이처럼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허쯔화시가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한 것도 수상쩍다. 올해 9월부터 석달새 전국 각지에 13개 핵산검사 기관을 차렸다. 베이징, 칭다오, 다롄, 하이커우, 구이저우, 란저우, 샤먼 등 주요 1·2선 도시에서다. 최근 불법행위를 저지른 란저우 소재 회사도 올해 8월에야 비로소 설립된 것이다. 
 
현재 허쯔화시 실험실 산하 핵산검사 기관만 최소 45개 주요 도시에서 37곳에 달한다. 이들이 코로나 발발 후 시행한 누적 핵산검사 횟수만 7억건이 넘는다.
 
사실 중국에서 민간업체가 핵산검사소를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현지 지방정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고, 현지 지방정부가 승인한 제3자 핵산검사 기관 명단에 올라 핵산검사 사업 입찰을 따내야만 가능하다. 시간과 발품이 꽤 많이 드는 사업이다.
 
허쯔화시가 석달 만에 전국 곳곳의 주요 도시에 핵산검사 기관을 차릴 수 있었던 데는 현지 정부나 의료기관과의 정경유착과 이익 수송고리가 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공안 출신 사업가…’뒷배’ 의혹 무성
여론의 관심은 허쯔화시의 모회사, 허쯔유전자(核子基因)로도 옮겨졌다. 허쯔유전자는 2012년 광둥성 선전에 설립된 유전자검사 전문회사다.
 
허쯔유전자 최대주주는 장허쯔(張核子)·바잉(巴穎) 부부로, 둘 사이엔 장산산(張姍姍)이란 딸이 있다. 이들 명의로 된 각종 자회사와 핵산검사 기관만 1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 상장도 준비 중에 있다.
 
허쯔유전자 회사 규모는 현재 상장기업을 포함, 중국 내 핵산검사 기관 중 가장 크다. 중국 언론들은 장허쯔·바잉 부부가 코로나 발발 3년간 중국에 ‘핵산제국’을 세웠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장허쯔의 개인 이력은 물론, 가족사도 언론에 공개됐다. 장허쯔가 중국 전 핵무기 개발 사업에 기여한 장윈위(張蘊鈺) 장군의 손자이고, 그의 부인 바허가 중국 의학계 대부 바더녠(巴德年)의 딸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이는 나중에 ‘날조’로 판명됐지만, 그만큼 장허쯔의 사업 성공 뒤에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온라인매체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장허쯔는 중국의과대학에서 법의학과 유전학으로 석사 학위를 땄다. 졸업 후 선전시 공안국에 고급기술 인력으로 채용돼 DNA 식별센터 창립을 도왔다.
 
이후 그는 DNA 식별센터 근무 경력과 꽌시(인맥)를 이용해 선전에서 유전자검사 사업을 시작했다. 2012년 허쯔유전자 회사가 탄생한 배경이다. 친자 확인 검사, 유전병 검사 등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2019년 허쯔유전자에서는 아동 선천적 재능 DNA 검사 상품도 내놓았는데, 가격만 8550위안에 달했다고 한다.  
 
허쯔유전자는 2020년 코로나 발발을 기회로 삼아 핵산검사로 사업 영토를 공격적으로 넓혔다. 장허쯔의 딸, 장산산이 핵산검사 기관의 중책을 맡아 운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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