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대중무역적자 현상 …그 바탕엔 추세적 변화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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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입력 2022-10-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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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998년 이후 지속적인 흑자기조를 유지해 왔다.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유일하다. 그런데 금년 8월까지의 무역수지를 보면 251억 달러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작년 연간 무역수지가 293억 달러의 흑자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무역수지의 흑자규모도 감소추세에 있는데 2017년 952억 달러의 흑자를 정점으로 추세적인 감소세가 나타나더니 급기야 올해에는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상수지의 흑자기조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무역수지가 적자로 고착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우리나라 대중 무역수지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보인 적이 없다. 대중 무역흑자는 꾸준히 증가하여 2013년에는 628억 달러의 흑자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대중무역흑자는 추세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5월부터는 월별 단위로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규모는 감소추세에 있으나 대중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였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최근에 나타난 대중무역수지 적자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대중무역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원자재가격의 상승에 있다. 특히 리튬가격의 급등에 따른 대중국 수입액 급증이 주요 원인이다. 무역통계를 보면 5-8월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증가한 품목은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 ‘리튬이온축전지’가 있다. 전자의 수입 중량은 전년 동기 대비 53.7% 증가한 반면 수입액은 718.5% 증가하여 물량증가요인보다 가격요인에 의해 수입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축전지 산업은 우리나라 차세대 중요 산업으로 중국과 밀접한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축전지의 상류 부문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를 대체할 방안을 찾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금번 대중무역수지 적자에서도 이러한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사례에서도 드러나듯이 중요 광물자원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대중무역수지 적자의 또 다른 요인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 내 생산 차질과 물류난을 들 수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주요 도시의 봉쇄로 중국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고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축소되었다. 금년 5-8월 기간 메모리 반도체 무역수지 흑자는 5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억 달러나 감소하였다. 앞서 소개한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의 무역수지는 14억 달러 적자로 전년에 비해 11억 달러나 적자 폭이 늘어났다. 휴대폰도 7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이처럼 중국의 경기둔화가 주력수출품목의 흑자폭을 감소시킨 것이 최근 월별 단위의 적자를 초래한 주요 요인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대중무역수지 적자 현상은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 하락에 따른 적자 기조로의 전환이라기 보다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코로나 정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국제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고 코로나 봉쇄정책이 완화된다면 대중무역수지가 다시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는 금년 5.5%의 성장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잇따른 대도시 봉쇄로 인하여 이를 달성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매년 대량으로 사회에 방출되는 노동력의 고용을 확보하기 위해 1,100만개의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사회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며 연 4% 이상의 성장이 필요하다. 중국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에 당면해 있다. 언제까지 코로나를 이유로 도시를 봉쇄하는 극단적인 처방을 쓸 수는 없다.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책도 쓰고 있어서 정책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환율급등 등 대외적 위협요인과 소비 및 부동산 침체 등 대내적 위협요인이 있지만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코로나 봉쇄정책의 출구전략 모색으로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중국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만일 이러한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올해 중국경제는 3-4% 대의 성장세를 달성할 것이고 우리나라의 대중무역수지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최근의 대중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가볍게 볼 수만은 없다. 한중경제관계는 바야흐로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첫째는 한국의 대중 수출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대중무역적자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력 수출품이던 LCD, 반도체 제조용장비,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화장품 등의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무역수지는 2021년부터 적자로 전환되었다. 그 결과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무역수지 흑자 규모의 추세적인 축소였다. 그리고 종국에는 적자 전환 및 고착화가 우려된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이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 둘째는 중국 현지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하락하였다는 점이다. 중국 로컬기업과의 경쟁이 격화되었고 대만, 독일 등 중국 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하였다. 그 결과는 수익성 악화와 시장 철수였다. 중국에서 동남아로 생산거점을 이전하는 사례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 결과 대중무역수지 흑자가 다른 지역 무역수지 흑자로 이전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일 것이다. 베트남과의 무역수지는 201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2021년에 328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한중 수교 이후 30년, 중국은 우리에게 성장과 기회의 땅이었다. 그러나 미중 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과 이에 대응한 한중경제관계의 재설정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미중기술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첨단산업분야에서 중국과의 거래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정부와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중무역수지 적자는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바탕에 흐르고 있는 거대한 추세적 변화가 우리를 안심하지 못하게 한다. 


정성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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