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교공, 직원들에게 방지책 독촉...기한 '단 하루'

  • 해결책은 여직원 당직 줄이기? "차별이자 불이익"

  • "인트라넷 허술하게 관리한 관리자 처벌이 먼저"

신당역 사건 현장을 찾은 김광호 서울청장 [사진=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서교공)가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과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겠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뭇매를 맞았다. 재발 방지를 주문한 국무총리 한마디에 떠밀려 성급하게 대책 수립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내놓은 대안마저 차별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서교공 소속의 한 직원은 지난 15일 '신당역 사망사고 관련 재발 방지 대책 아이디어 제출 양식'이라고 적힌 내부 공지를 공유했다.

공지에는 "국무총리 지시사항으로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다음날(16일) 오전 10시까지 의견을 제출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아이디어를 적어 내는 용지에는 재발 방지책과 그에 따른 기대효과를 기재하게 돼 있다. 총리 지시가 전날 오후에 있었단 점을 고려할 때 서교공 직원들에게 주어진 작성 기간은 단 하루였다. 
 

[사진=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공지에 사용한 용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끔찍한 살인 사건을 두고 사망 사고라고 표현해 사고사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또 재발 방지 대책을 '아이디어'라고 표현한 점을 두고 서교공 한 직원은 "단어 사용에 신중을 기할 수는 없었는지 의문이다. 아이디어라는 표현이 마치 공모전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이후 서교공이 실제로 내놓은 대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여성 직원 당직 축소'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다. 김 사장은 지난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여성 역무원의 당직을 줄이고 역내 모든 업무에 현장 순찰이 아닌 폐쇄회로(CC)TV를 이용한 가상순찰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서교공 노조는 "여성의 직무 수행 능력을 제한해 특정 업무에서 제외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오히려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누군가 할 수 없는 업무를 늘리는 것이 아닌 누구나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일종의 펜스룰이고 여성 직원의 업무능력에 대한 폄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 여성계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의원질의에 답변하는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서교공이 내놓은 '여성 당직 줄이기'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여성 당직 감축은) 차별을 부추기는 꼴이다. 오히려 직위해제 된 직원이 인트라넷에 접속해 피해자 정보에 접근하도록 관리한 관리자 처벌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안"이라며 "차라리 신당역을 없애라"라고 비꼬았다.

한편 서교공 측은 "국무총리 지시가 있기 전부터 대책 마련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 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마감 기한이 있지만, 그 이후에 내더라도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또 급하게 공지를 내다보니 단어 선택에 더 신경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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