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광쭈'에서 '소비주의역행자'로

  • 중고품, 떨이·자투리 식품 '큰손'으로

  • "언제 거리로 나앉을지도..." 저축하는 청년들

경기 불황 속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국 청년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월급 6500위안(약 129만원)을 받으며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천씨. 그는 친구와 월세 2800위안짜리 20㎡ 크기 반지하방에 살며 전기료와 인터넷 요금을 아끼기 위해 매일 저녁 8~9시까지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퇴근한다. 식료품은 슈퍼마켓·온라인 쇼핑몰·재래시장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 산다. 돼지고기는 신선식품 마트인 허마셴성(盒馬鮮生)에서 매일 저녁 8시 이후에 사면 30%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인근 융후이마트(永輝超市)에서 수·금요일 저녁 7시 이후 우유를 할인가에 판다는 것쯤은 기본 상식이다. 얼마 전엔 역시즌 할인 행사에서 오리털 점퍼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천씨가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 건 대학생 시절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내려 받아 보는 게 일상이 됐다.
 
중국 온라인매체 36kr가 최근 '허리띠 졸라매는 1선 도시 95허우(95後·1995년 이후 출생 세대)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소개한 한 젊은 청년의 근검절약 스토리다.

대학교 졸업 전까지만 해도 부모가 주는 용돈을 펑펑 쓰고, 직장인이 돼서도 월급을 받자마자 다 써버려 ‘웨광쭈(月光族)’라 불리던 중국 청년들. 하지만 코로나19로 중국 경제 열기가 식으면서 청년들의 소비 습관이 바뀌고 있다.

천씨는 “코로나는 내 소비 습관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제야 비로소 저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웨광쭈'에서 '소비주의 역행자'로
 

저축하는 중국 청년들 [자료=피델리티인터내셔널, 앤트그룹]

선전에 사는 리씨는 올해로 3년 차 직장인이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하루에 최다 8켤레씩 운동화를 사는 '수집광'에다 애플 신제품은 무조건 구매했던 '애플빠'였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매일 저녁 퇴근 후 집 앞 가게에서 농민공들과 함께 10위안짜리 도시락으로 배를 채우며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리씨는 36kr를 통해 “소비의 '포시(佛系)' 경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포시는 해탈을 뜻하는 말로, 사실상 소비욕을 버렸다는 의미다. 

코로나19 발발 후 3년째인 현재 그가 다니는 회사는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년째 월급도 밀려 리씨는 매일 저녁 퇴근 후엔 공사판 작업반장을 하며 ‘투잡’을 뛰고 있다. 수면 시간도 부족한 그에게 소비는 사치나 다름없다.

한때 1990년과 1995년대에 태어난 90허우, 95허우는 중국 소비 주력군이었다.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그들은 부모에게 용돈을 타서 쓰며 소비에 익숙한 세대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으로 경제 활동을 시작한 그들이 맞닥뜨린 건 코로나19 발발로 인한 경제 불황이다. 언제든 갑자기 실직해 길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는 미래 불안감 속에 청년들도 지갑을 닫고 있다.

코로나 발발 직후인 재작년 5월 중국 국영중앙(CC)TV가 발표한 ‘2019~2020년 중국 청년소비 조사 보고서’를 보면 중국 청년들은 절제된 이성적 소비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젊은 층 55.8%가 생필품만 사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40.2%는 소비는 줄이되 품질 좋은 물건을 산다고 했다. 또 39.6%는 예전보다 신중하게 소비한다고 응답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수치도 이러한 소비 흐름을 뒷받침한다. 올 상반기 곡식·기름·식음료·담배·주류 등 소매 판매액은 증가한 반면 패션·액세서리·화장품·보석류 등 사치품 품목 매출은 하락세를 보였다.
 
중고품, 떨이·자투리 식품 시장 '큰손'
중국 소셜 커뮤니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는 회원 수 30만명을 자랑하는 ‘미니멀라이프(중국명 極簡生活)’를 비롯해 ‘소비주의 역행자(消費主義逆行者, 회원수 21만명)' '저소비 연구소(低消費研究所, 8만명)' '소비 없이도 즐겁게 사는 법(如果我們可以不通過消費獲得快樂, 15만명)' 등과 같은 소모임이 인기다. 이곳에서 청년들은 서로 돈을 아끼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다.  

중국 '얼서우(二手)경제', 이른바 중고품 경제에도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중국 중고품 연간 거래액도 사상 처음 1억 위안(약 198억원)을 돌파했다. 중국 칭화대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중고품 거래액은 2015년 3000만 위안에서 2020년 1억2540만 위안, 2025년엔 3억 위안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90허우 젊은 층이 중고품 거래 주력군이며, 베이징·상하이 등 1선 도시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떨이 식품·자투리 식품 시장에 '큰손'으로 떠올랐다.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약간 흠이 있긴 하지만 정상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품은 원래 '다마(大媽·아줌마)' 전유물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불황이 닥치자 주머니가 얇아진 젊은 층 사이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메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떨이 식품 시장 규모는 318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6% 성장했다. 올 1분기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타오바오몰·티몰에서 중국 자투리 간식 상품 판매액은 203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00% 이상 급증했다는 통계 수치도 있다.  
 
"언제 거리로 나앉을지도···" 저축하는 청년들
이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대규모 봉쇄, 이동 제한, 코로나19 검사 등으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데다 빅테크(대형 인터넷 기업) 규제 단속 등으로 재계에도 찬바람이 불며 청년 고용시장이 위축된 탓이 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들어 성장률은 1분기 4.8%, 2분기 0.4%로 주저앉았고 7월 청년실업률은 19.9%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올 하반기에도 사상 최대 규모인 1076만명에 달하는 대졸자가 구직 시장에 뛰어들며 구직난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인력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을 단행했다. 중국 온라인 채용 사이트 쯔롄자오핑(智聯招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38개 주요 도시 평균 임금은 1만14위안으로, 전 분기보다 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전자상거래와 온라인게임 업계 월급이  각각 2.5%, 8,7% 하락했다.

미래가 불확실해진 청년들은 소비 대신 저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과 앤트그룹이 공동 발표한 '21년 중국 은퇴전망 조사 보고서'를 보면 18~34세 청년층의 노후 대비 월 저축액은 1624위안으로, 소득 대비 저축률은 25%에 달했다. 2020년 20%에서 5%포인트 오른 것이며 저축액, 저축률 모두 약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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