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회동 앞두고...중국 압박하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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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09-1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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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잔수 '우크라 침공 지지' 발언 유출

  • 중·러 정상회담 앞둔 미묘한 시점

  • 궁지 몰린 러시아…中 지원 '절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러시아 순방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사실상 '지지'한 발언이 러시아 측에서 뒤늦게 유출됐다. 15일(현지시각) 중·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 전쟁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표면적으로는 우크라 사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표명해왔다. 

14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모스크바에서 비야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러시아를 궁지로 몰아넣었다"며 "모스크바의 행동은 이에 대한 반격"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상에 따르면 리 상무위원장은 또 "우크라 문제처럼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 문앞까지 가까이 접근해 러시아의 국가안보와 인민의 생명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응당 취해야 할 조치를 취하는 것을 중국은 이해하며, 다른 측면에서 중국도 책응(策應; 계책을 세워 대응)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우크라 사태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미국의소리(VOA) 등 매체는 전했다.

이 영상은 러시아 공영방송인 두마 TV에서 방영한 것으로, 현재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리 상무위원장은 중국 공산당 서열 3위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이번 발언은 그동안 우크라 사태를 놓고 겉으론 중립적 자세를 취해왔던 중국의 입장을 포기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VOA는 전했다.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서방국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해 왔지만, 우크라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표면적으론 '주권과 영토 보전 존중(우크라이나)', '합리적 안보 우려 해소(러시아)'를 주장하며 중립 노선을 취해왔다. 

리 상무위원장의 이 발언이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엔 언급되지 않은 배경이다. 사실상 중국이 대외에 공개하길 원치 않는 민감한 내용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리 상무위원장은 러시아 순방 당시 “중국은 계속해서 러시아와 함께 각자 핵심이익과 중대 우려 문제에 있어서 서로 굳건히 지원하길 바란다”고만 말했다. 또 통신은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서방국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규탄하고, 중국·러시아의 협력 강화를 촉구하며, 간섭·제재·롱암(長臂管轄, 자국 국내법에 근거해 다른 국가에 개입)에 반대한다는 리 상무위원장의 원론적 발언만 게재했을 뿐이다. 

게다가 이 영상이 러시아 측에서 유출된 시점은 리 상무위원장이 앞서 7~10일 러시아 순방을 마치고 나서 닷새 후다.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5~16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만나기 직전 공개된 것이다. 

최근 우크라 사태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로선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국으로부터 적극적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반미 연대 강화를 위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외교적 지원은 지속하겠지만, 서방국 제재를 의식해 군사적 지원은 약속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아메리칸대학교 외교정책 전문가 조지프 토리지안은 AFP를 통해 "중·러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거대한 전환이 나타난 시기에 열리는 것으로, 이는 러시아가 중국의 원조를 절실히 원하는 것으로 읽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요구가 얼마나 어려운지, 중국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희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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