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잔수 방한] "주변국 외교 강화 위한 포석...求同存異에서 和而不同 관계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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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2-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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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대 방문학자 이정남 고려대 교수·박승준 논설고문 화상 대담

이정남 고려대 교수(왼쪽)와 박승준 논설고문.

지난 7일부터 열흘간 러시아, 몽골, 네팔, 한국 순방을 시작한 중국공산당 내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5일부터 오는 17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우리의 국회의장 격인 리잔수 위원장의 이번 방한은 김진표 국회의장 초청에 따른 것으로, 지난 2월 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에 대한 답방 성격을 띠고 있지만, 당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될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리잔수 위원장의 방한 의미에 이목이 쏠린다.

이에 본지는 지난 13일 '리잔수 위원장의 방한 의미'와 관련해 전문가 긴급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는 이정남 고려대 교수(아세아문제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와 박승준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이 참석해 두 시간 가까이 대담을 나눴다. 이정남 교수는 현재 미국 하버드대학교 방문학자로 중국정치와 미·중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다음은 대담 내용이다.

Q. 중국 내 권력 서열 3위 리잔수 위원장의 이번 방한에 담긴 함의는. 

이정남 교수=리잔수 위원장의 방한은 단순히 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에 대한 답방 형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최고 지도층의 해외 순방 회복의 서막이다. 사실 이번에 리잔수 위원장이 순방하는 국가들을 보면 미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중요한 국가이자 중국과 모두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다. 미·중 관계가 갈수록 격화되면서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 외교를 더욱 챙겨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또 시 주석과 리 위원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해외 방문을 하는 것은 중국 고강도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함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지도부가 매년 여름휴가를 겸해 여는 비공개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더 이상 과도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을 합의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리잔수 위원장의 해외 순방은 이 같은 정책적 함의를 엿볼 수 있다. 리 위원장이 해외로 나간다는 것을 두고 앞으로 중국의 방역 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박승준 고문=리잔수 위원장은 지난 2018년 북한 70주년 정권수립을 맞아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 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기만 했을 뿐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에서는 아무도 가지 않았다. 이에 리잔수 위원장이 북한이 아닌, 한국을 방문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을 중시, 여전히 한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의도가 읽힌다.

Q. 리잔수 위원장이 시 주석의 방한을 언급할까.

박승준 고문=우리 언론들은 리잔수 위원장의 방한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하는데, 사실 리잔수 위원장이 시 주석의 한국 방문에 대해서 무슨 언질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국내 정치 관행상 전인대 의장이 국가 주석의 방한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하는 건 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리 위원장의 방한은 시 주석의 방한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된다.
 
이정남 교수=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할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공산당 지도부 교체와 3기 정부 출범 등 국내 정치 행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당분간 국내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리잔수 위원장이 이번에 한국에 온다고 하더라도 당대회 이후 G20 등 여러 일정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을 구체적으로 잡기가 시기상으로 좀 부적절하다고 본다.
 

이정남 고려대 교수(아세안문제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와 박승준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이 9월 13일 '리잔수 상무위원장의 방한 의미'와 관련해 전문가 긴급 대담을 진행했다. [사진=아주경제]

Q. 리잔수 위원장에 이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 고위층 인사 방문을 겨냥한 방문인가.
 
이정남 교수=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후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은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등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약속한 지 석달 만에 자국 생산 위주의 세금 혜택을 주는 '반도체와 과학법(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잇따라 서명해 한국에서는 미국을 향한 배신감과 실망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리잔수 위원장의 방문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간 해결 가능한 문제들을 논의하러 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박승준 고문=기본적으로 미·중 관계가 독립 변수이고,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가 그 종속 변수라고 본다. 미·중 관계에 따라 한·미, 한·중 관계도 정해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미 관계에 대해서 너무 큰 기대를 하거나 큰 그림을 그리고 하는 거는 조금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Q. 리잔수 위원장의 한국 방문 전과 후를 사자성어로 표현한다면.
 
이정남 교수=한·중 관계는 앞으로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는 '구동존이(求同存異)'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는 의미의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수교 이래 양국은 한·미 동맹과 북·중 동맹 등 안보영역에서 존재하는 이해관계의 차이를 놔두고 경제와 민간교류 등의 영역을 중심으로 상호협력 관계를 형성해 왔다면 이제 한·중은 안보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와 과학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본격적인 경쟁 관계로 전환됐다. 따라서 향후 한·중 양국은 존재하는 이해관계의 차이를 인정하는 기초 위에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박승준 고문=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삼십이립(三十而立·서른이 되면 어떤 일에도 움직이지 않는 신념이 서게 된다는 공자의 경험담)'이어야 한다며 수교의 초심을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미국을 포함한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독자적인 양국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화이부동'을 거론했는데, 이번 리잔수 상무위원장의 방한으로 한·중 관계는 특정 국가의 영향력 배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관계로 나아가서는 안 되고 화이부동의 경지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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