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의 본질은 특정 모델의 기술 결함 논쟁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안전장치 우회와 사이버 악용 가능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고, 앤트로픽은 과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국가가 ‘누가 최첨단 AI를 쓸 수 있는가’를 직접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AI를 쓸 수 있느냐를 가르는 기준도 칩과 장비에서 모델 사용 권한, 클라우드 활용 자격, 사용자 심사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앤트로픽의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합류해 보안 취약점 탐지용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 조기 사용 권한을 확보했다. 미국의 최첨단 AI가 이미 국내 보안 업무와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이런 이용 자격도 미국 안보정책에 따라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AI를 도입하는 것과 안정적으로 계속 쓸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론 결론이 ‘미국 AI를 쓰지 말자’일 수는 없다. 최고 수준의 AI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 보안 연구 생태계는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문제는 협력이 아니라 무방비한 의존이다. 핵심 업무를 해외 기업의 폐쇄형 AI에 맡기면서 대체 경로가 없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새로운 공급망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한미 AI 신뢰 파트너 채널도 제도화해야 한다. 기업과 공공 부문은 조달 계약 역시 바꿔야 한다. 접근 중단 통지, 대체 모델 전환, 데이터 이전권, 국내 백업 체계 활용 조건을 계약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외부 변수에도 핵심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앤트로픽 사태는 일시적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AI 모델 사용 권한을 국가안보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한국은 미국의 최첨단 AI와 더 깊이 협력해야 한다. 다만 접근이 막혀도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AI도 수출통제 시대에 들어섰다. 한국의 전략도 ‘도입’에서 ‘복원력’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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