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출혈경쟁 속 '새벽배송 시장' 판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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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2-07-2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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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시지·GS리테일·롯데온…새벽배송 서비스 중단

  • 인건비와 물류비 등 '막대한 출혈' 경쟁 불가피

  • 신규 사업자 가세…'새벽배송 시장' 경쟁구도 재편

프레시지가 7월 26일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했다. [사진=프레시지]

유통업계에서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막대한 비용을 감내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중단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지속적인 비용 투자가 필수인 새벽배송 시장에서 이미 쿠팡과 컬리 등 선발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하나, 둘 떠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네이버와 G마켓 등 시장에 새롭게 뛰어드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어서 새벽배송 시장 내 지각변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밀키트업계 1위 기업 프레시지는 지난 26일을 끝으로 자사몰에서 운영하던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했다. 프레시지의 새벽배송 매출 비중은 5% 안팎으로, 매출 80%는 전자상거래나 대형마트 등에서 나온다. 굳이 매출 비중이 낮은 새벽배송 서비스에 인력과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프레시지 매출은 2019년 712억원에서 지난해 1889억원으로 16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149억원에서 466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매출 증가로 외형 성장은 가능하지만 적자 폭이 커지자 고정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GS리테일의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GS프레시몰도 이달 31일 이후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GS리테일은 그간 외부 인력을 활용해 새벽배송을 진행하며 인건비와 물류비, 포장비 등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 왔다. 결국 배송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새벽배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오늘배송’ 서비스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4월 18일에는 롯데온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새벽배송 중단을 선포했고, 한 달 뒤인 5월 31일에는 BGF그룹이 운영하는 신선식품 전문몰 헬로네이처가 새벽배송에서 손을 뗐다.
 

새벽배송 시장 빅3 업체인 쿠팡과 마켓컬리, SSG닷컴 로고. [사진=각 사]

이처럼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던 다수의 유통 기업들이 올해 들어 잇달아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체들은 하나 같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를 들고 있다. 사업 초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새벽배송 특성상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신선식품 중심인 새벽배송은 재고 부담이 크고 야간 운영에 따른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이 높아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시장으로 평가된다. 또한 최근 들어 많은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후발주자들은 경쟁력을 갖추기도 전에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현재 새벽배송 시장은 선두주자인 마켓컬리와 쿠팡, SSG닷컴이 약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역시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도 지속적인 출혈을 감내하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쿠팡은 1조8000억원, 마켓컬리는 2177억원, SSG닷컴은 107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물류센터 구축과 야간 작업으로 1.5~2배 이상 높은 인건비, 물류비 등을 감내해야 해서 출혈이 큰 사업”이라며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은 수익성보다 외형 성장에 집중하고 있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있지만, 이미 빅3 기업이 안착한 시장에서 일반 기업이 뛰어들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벽배송 시장 성장세 주목... 후발주자 뛰어들며 경쟁구도 재편
 
이같이 새벽배송 시장은 초기 비용과 대규모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지만,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새벽배송은 2015년 마켓컬리가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쿠팡과 이마트 등이 뛰어들면서 2019년 8000억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원으로 커졌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도 새롭게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도 있다.
 
코스트코는 올해 5월부터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새벽배송을 도입했다. 먼저 서울과 경기·인천 일부 지역에서 신선·냉장식품 60개 품목에 한해 새벽배송을 제공하고 있으며, 매일 오후 5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배송되는 형식이다.
 
이랜드리테일도 꾸준히 새벽배송 시장에 관심을 가져 왔다. 올해 4월 콜드체인업체 팀프레시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주요 배송 품목은 신선제품과 유제품, 가공육류, 웰빙식품 등이다.

네이버쇼핑은 CJ대한통운과 협력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 양사는 지난 5월 2일부터 육아, 생필품 등 일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오전 10시까지 주문하면 당일에 배송하는 ‘당일배송’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하반기에는 새벽배송도 시범 운영한다. 

G마켓과 옥션도 올해 2월부터 새벽배송 테스트를 시작해 3월 서울 전 지역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G마켓과 옥션의 멤버십 ‘스마일클럽’ 회원에 한해 저녁 8시 이전까지 새벽배송 스티커가 붙어있는 상품 주문 시 다음날 새벽 7시 전에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스마일클럽 새벽배송은 지난 5월 빅스마일데이 기간 G마켓과 옥션의 새벽배송은 평상시보다 거래액이 무려 3배 이상(204%) 증가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새벽배송 후발주자인 오아시스마켓은 이 틈을 타 새로운 물류 거점을 오픈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오아시스마켓은 경기도 의왕시에 새로운 물류 거점인 ‘의왕 스마트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하고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기존 운영해 온 성남 물류센터 대비 약 7~8배 규모다.

그간 성남 스마트 통합 센터를 거점으로 삼고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타 기업의 물류대행까지 가능한 풀필먼트센터를 열게 됐다. 오아시스마켓은 올 하반기 전략적 투자자(SI)이자 사업 파트너인 이랜드리테일과 KT알파와의 합작사 ‘오아시스알파’의 새벽배송 물류 대행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보니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GS리테일과 롯데온 등 일부 업체들이 출혈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하는 가운데 이마트, 네이버,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새벽배송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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