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독해지는 신냉전…이란, 대만 둘러싼 긴장 빠르게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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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7-2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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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정치권에도 파장

 

19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세계의 안보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친서방 대 반서방 국가들의 긴장은 빠르게 고조됐다.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찬반을 둘러싸고 세계는 양분됐기 때문이다. 전쟁이 터지자마자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은 강력한 러시아 제재를 단행했다. 반면 미국과 갈등을 빚어오던 중국은 오히려 러시아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도 러시아 배제에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부상했던 신냉전 질서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영향력을 확산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이란과 대만 등 국제적으로 첨예한 갈등에 선 국가들까지 일선에 등장하면서 신냉전으로 인한 긴장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란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반미 전선을 구축하고 나섰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대만 방문을 예고해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같은 지정학적 장의 고조는 미국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러시아, 전쟁 중에도 이란 찾으며 반미연대 '손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을 방문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예방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란의 실질적인 국가원수다. 

푸틴 대통령의 국외 방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번째다. 전쟁으로 국내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도 이란 방문을 단행한 것이다. 최근 원유 증산을 해결하겠다며 사우디로 떠났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이란과 에너지 계약도 체결했다. 에너지를 무기로 쓰면서 국제적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이란 정부는 노골적으로 러시아 편에 섰음을 분명히 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서방을 겨냥해 "전쟁은 (러시아의) 반대편이 시작했다"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위험한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쟁은 가혹하고 어려운 사안이며 이란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미국 중심 세계질서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란과 러시아는 서방의 속임수를 늘 경계해야 한다"면서 "양국은 장기간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의 통치로 러시아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세계 각국은 무역에 있어서 미국 달러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이같은 발언은 전쟁의 책임을 서방에 돌려 미국과 서방의 제재 대상에 함께 포함된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과거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아온 이른바 대표적인 '반미' 국가다. 특히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시작된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2006년 이란제재법으로 개편되면서 대폭 확대됐다. 이란제재법은 이란 국영은행과 미국 금융기관의 거래를 금지하고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테러지원단체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란의 이같은 태도 표명은 미국으로서는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는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통해 부족한 원유생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협상은 교착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러시아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점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만 둘러싸고 미·중 사이에도 긴장감 고조

러시아와 이란이 반미연대를 강화한 사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이 대만을 방문한 데 이어 다음 달에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국가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이에 크게 반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소식통 6명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내달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지난 4월 대만을 찾으려 했으나 코로나19에 확진돼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 일행은 대만과 더불어 일본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거쳐 하와이에 있는 인도·태평양사령부 본부도 방문할 예정이다.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중국 당국은 즉각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중국은 반드시 결연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며 "모든 결과는 전적으로 미국 측이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튿날인 20일에는 관영매체가 배턴을 이어받았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20일자 기사에서 '분석가'들의 견해라며 "펠로시가 중국에 노골적인 도발을 할 경우 1996년 대만해협 위기 때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을 촉발할 것이며, 이는 중·미 관계에 큰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고 썼다. 해당 기사는 "만약 방문이 진행되면 이는 '전략적인 수준의 도발'이 될 것이며 중국은 군사적,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그 결과는 심각한 경제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이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신문은 같은 날 사설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성사된다면 중·미 수교 이래 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가장 지독한 도발 중 하나일 것"이라며 "대만 방문은 분명 펠로시 의장이 절대 넘어선 안 될 레드라인"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3차례에 걸친 미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 뒤 중국 인민해방군의 억제 차원 행동이 점차 상승해 실전 수준에 접근했다"며 "만약 펠로시 의장이 '마이웨이' 행보를 걷는다면 그는 대만 독립세력에 악몽을 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게 되면 1997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이후 미국 고위급 인사의 첫 방문이다. 미국은 1979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받아들이고 대만과 국가 수준의 교류를 끊었다. 깅그리치 의장 방문 당시는 클린턴 정부 당시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비교적 부드러웠고 깅그리치 의장은 펠로시와 달리 야당 출신 하원의장이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시절 '대만여행법'도 통과된 상태다. 대만여행법은 미군 고위층이 ‘합법적’으로 대만을 방문할 수 있고 대만 정부의 카운터 파트들을 미국으로 초청하거나 이들이 공식적으로 방미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과 대만 정부 간의 공식 회담도 가능해진다. 국가 수준의 교류이기에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어긋나며 시진핑 중국 주석의 중국몽에도 충돌할 우려가 있다. 
신냉전 기류 강해지자 미국 국내 정치도 영향

지구촌에 신냉전 기류가 강해지자 미국 국내 정치도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이날 맨해튼에서 열린 사이버 보안 컨퍼런스에서 미국 정보 당국 관계자들은 러시아와 이란, 중국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FBI국장인 크리스토퍼 레이는 이란과 중국이 여전히 강력한 위협이며 미국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상대로는 "러시아인들은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동시에 미국 정치에서는 미국의 군사력 강화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실험을 성공한 이후 미국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향후 5년 내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위성 시스템 구축 계획을 수정해 완공 시기를 1년 앞당겼다. 그럼에도 미국 의회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위성 시스템 개발이 더디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뎁 피쳐 상원의원은 미사일 방어국 국장인 존 힐 중장에게 "기존 2028년 완성 계획을 들을 때는 긴장됐는데 2027년으로 당겨져 마음이 놓인다"고 하면서도 "다만 어떻게 시간을 단축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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