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이 부른 화근...권성동, 흔들리는 직대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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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기자
입력 2022-07-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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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동, 패러디물 등장...박지원도 '질타'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제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중징계 이후 당의 혼란 상황을 수습한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출항 일주일 만에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권 대행의 '말'이었다. 그는 원내대표 취임 100일이었던 지난 16일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에 더해 "내가 추천했다"는 표현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권성동 발언...온라인 이어 장제원·박지원 '질타'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 대행은 지난 15일 자신의 지역구인 강릉시 선거관리위원의 아들 우모씨의 채용에 관해 "내가 추천했다"면서 "나중에 장제원한테 물어봤더니 대통령실에 안 넣었다 그래서 내가 좀 뭐라고 했다. 압력을 가했더니 자리가 없다고 그러다가 나중에 넣었다.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더니 9급에 넣었더라"라고 말했다.

또 "강릉 촌놈(우모씨)이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고 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맞물려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의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권 대행은 이 발언으로 주말 내내 온라인상에서 비난을 받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유명 공시 강의 업체의 광고음악을 패러디한 "공무원 시험 합격은 권성동, 강원랜드 채용도 권성동"이었다.

해당 패러디물에는 이른바 '강원랜드 채용 청탁' 논란도 언급됐다. 권 대행은 지난 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강원랜드 1~2차 교육생 공개채용에 자신의 의원실 인턴비서 11명을 강원랜드 측에 청탁한 의혹을 받았다. 권 대행은 이 일로 2018년 7월 기소됐지만 지난 2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해명이 옳다고 하더라도 거친 표현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대행은 이에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표현에 대해 명시적으로 해명하진 않았다.

당초 장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권 대행과의 불화설이 제기됐다. 여기에 장 의원이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모임뿐만 아니라 의원총회, 공부모임에 잇따라 불참하면서 의심이 증폭됐다.

이에 권 대행은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 "불화로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면 둘 다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대행과 장 의원은 지난 15일 오찬 회동을 하면서 갈등설을 일축했지만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고 불리는 두 사람의 관계는 아직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지난 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권 대행의 대통령실 사적채용 해명 발언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박 전 원장은 "지금 젊은 청년들이 9급 공무원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있고 또 최저임금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는 청년들이 많은데 어째서 그렇게 말끝마다 다 싸가지 없이 해가지고 국민들을 이렇게 화나게 만드냐"며 "그러니까 (윤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강원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직무대행 체제 비판...조기 전대 '재점화'

권 대행은 지난 11일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받았다. 당시만 해도 그는 이 대표가 지난 8일 새벽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사흘 만에 혼란을 수습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권 대행이 구설수에 오르며 차기 당권주자 사이에서는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 대신 이 대표의 거취 결정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새로운 당대표 선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체제 흔들기'는 강릉 지인 아들의 대통령실 채용 논란에 내몰린 권 대행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까지 조용한 행보를 나타내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소수임에도 똘똘 뭉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임시 체제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권 대행 체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예상과 달리 징계 재심 신청과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고 당원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해선 "우리 당에 많은 애정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믿고 있고, 여당으로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나름대로 통 큰 판단을 하시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이 이 대표에게 거취 결정을 내려 달라고 에둘러 밝힌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의원은 오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거머쥘 차기 당권 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간 직무대행 체제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김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 의원이 직무대행 체제가 흔들릴 때를 포착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이를 시작으로 차기 당권을 목표로 하는 의원들이 권 대행의 내우외환을 이용해 직무대행 체제 흔들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잠행을 이어가는 이 대표가 장외 여론전을 펼칠 경우 이 대표의 복귀를 바라지 않는 당 안팎의 세력들이 권 대행 체제를 계속 흔들어 비대위 전환이나 조기 전대 개최를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이후 국회를 떠나 광주, 부산 등을 방문하면서 청년당원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윤리위의 징계에 대한 공개적인 반격보다는 ‘민심 줍기’에 나서며 청년당원을 중심으로 한 세력 결집에 나서는 모양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한 뒤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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