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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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22-07-1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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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A씨(38)는 최근 친구들에게 "이제 결혼은 포기해야겠다"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10년 전 서울에서 직장을 잡은 뒤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지만 전세 아파트 하나 얻지 못한 탓이다. A씨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마련하고 싶지만, 월급이 적어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을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000건으로 2020년의 21만4000건보다 2만1000건(9.8%)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을 많이 하는 연령층인 30대 인구 감소와 미혼 남녀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의한 결혼 연기 등으로 혼인 건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혼인 감소는 남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났다. 남성은 30~34세 혼인 건수가 8000건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25~29세(5700건), 35~39세(4000건) 등의 순이었다. 여성의 경우 25~29세가 10만700건 감소했고, 30~34세(4500건), 20~24세(2500건)가 뒤를 이었다.

왜 청년들은 결혼을 기피할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다. 취업하기도 힘든 세상에 내 집 마련은 또 얼마나 힘든 일인가. 취업을 한다고 해도 결혼 자금을 모으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아이가 생기면 지출해야 할 돈이 배로 늘어난다. 

여성이 결혼을 하면 일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인식도 문제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육아 휴직 신청이나 복직 뒤 직장 생활에 어려움을 느껴 회사를 그만둔다.

지난 2018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육아 휴직을 한 전국의 만 20세 이상 50세 이하 남성 200명과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육아 휴직 사용실태와 욕구’를 조사한 결과 여성 5명 가운데 1명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어려워 복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 결심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근로조건이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서'(68.4%)를 꼽았다. ‘육아 휴직 사용에 대한 회사의 부당한 처사’(18.4%)가 그 뒤였다.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육아 휴직 현실화나 신혼부부를 위한 현실적인 주택 정책 마련 등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향후 시대가 어떻게 바뀌든 출산율 제고는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최대 명제라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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