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빈곤 막아라"…보조금 등 각국 재정지원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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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6-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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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등 보조금 지급 등 민생안정책 발표

  •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조 나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이 전 세계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에너지부터 곡물까지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가파른 물가상승은 일부 국가들의 정치 지형마저 바꾸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반비례해 뚝뚝 떨어지는 지지율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집권 세력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결국 또다시 지원책이 등장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위해 곳간을 열었던 정부들은 이제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선포하며 돈 풀기에 나섰다. 
 
인플레에 맞서 돈 풀기? 
프랑스 의회가 오는 7월부터 내년 4월까지 80억 유로(약 10조8698억원) 규모의 인플레이션 대응 지원법안 마련에 나섰다고 현지 유력 경제매체인 레제코가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연금과 복지지원금 일부를 4%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거주 비용 일부를 지급해주는 주택보조금은 별도의 법안을 통해 7월부터 약 3.5% 올린다. 법안은 이 같은 지원을 통해 인플레이션으로 약화한 가계 구매력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가는 정치 지형도 크게 바꿨다. 프랑스는 최근 20년 만에 여소야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19일 프랑스 하원 결선투표 결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범여권은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대신 범좌파 연합인 신민중생태사회연합(NUPES)은 무려 133석을 차지했다. 마린 르펜 대표가 이끄는 극우파 정당 국민연합(RN)도 89석을 차지하면서 지난 총선에 비해 의석 수를 10배 이상 늘렸다. 정치적 성향은 다르지만 야당 정치인들은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는 공통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다. 

한편 중앙은행인 프랑스은행은 프랑스의 물가상승률이 올해 평균 5.6%를 기록한 뒤 2023년에는 3.4%로 하락하고, 2024년에 이르면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 바로 아래까지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 역시 인플레이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직접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으로 유권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이를 달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스페인 국민들 사이에서는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전기요금에 붙는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10%에서 5%로 낮추고,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200유로를 나눠주는 법안에 25일 서명했다. 산체스 총리는 고유가로 엄청난 이익을 남긴 에너지 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증세 법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원 규모는 약 90억 유로에 달한다.

산체스 총리는 25일 임시 국무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으로 퍼진 엄청난 불확실성에 대응해 이 같은 조치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사회적 영향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이에 따라 생긴 부담은 공정한 방식으로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정부의 이 같은 조치 역시 정치적 위기감에 기반한 것이다. 일주일 전 스페인 안달루시아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보수성향의 대중당은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을 완파했다. 사회당의 텃밭이었던 지역에서의 패배는 2023년 하반기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사회당의 입지를 더욱 좁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체스 총리는 3월에 발표된 조치와 함께 이번에 새로운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올해 약 150억 유로의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소비자물가지수를 3.5%까지 떨어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정부가 내놓은 인플레이션 경감 조치에는 △중앙정부와 지역이 제공하는 대중교통의 가격 인하 △비기여 퇴직 및 장애 연금 15% 인상 △ 부탄가스 가격 제한 등이 포함돼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레이시아 역시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맞서 저소득 가계 보호에 나섰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가 취한 조치와 비슷한 저소득 가정 지원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26일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적격 수급자에게 최대 100링깃(약 2만9142원)의 현금 지원이 이뤄져 지금까지 지급된 총지원금이 500링깃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에는 6억3000만 링깃의 비용이 소요되며 지원금은 27일부터 지급된다. 

로이터는 "(이번 지원은) 인플레이션이 시민들, 특히 저소득층으로 구성된 소위 하위 40% 이하의 사람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다소 줄이기 위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조치로 혜택을 입는 사람들이 860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순수 식량 수입국인 말레이시아는 달러 강세 속에 자국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식량 물가상승률이 5월 기준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정부는 물량 확보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싱가포르 역시 인플레이션 대책을 내놓았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는 대규모 재정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높은 물가를 이겨낼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웡 부총리는 21일 "코로나19로 세계 공급망에 커다란 균열이 생긴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몇 달 이내로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대대적인 지원책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원책 규모는 무려 15억 싱가포르달러(약 1조4019억원)에 달한다. 싱가포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 기준으로 3.3%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만의 최고치다.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책은 피해 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 조치로는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지원 프로그램 강화 △유가 상승에 피해 입은 운수 산업 종사자 지원 △말레이시아 닭고기 수출 금지로 피해 본 농가에 세금 면제 △전 국민 대상 생필품 및 세금 납부 바우처 배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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