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음악감독 김문정의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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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07-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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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정상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갓문정’이라는 수식이 붙는 이유다.
어릴 적 어머니가 적금을 깨 사주신 피아노를 가지고 놀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며 한때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기도 했지만 뮤지컬 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진 후 20년 넘게 뮤지컬 음악감독의 길을 걷고 있다.
김문정 감독과 우리가 알지 못했던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더피트 제공/김문정 음악감독]



Q. 어쩌다가 음악을 시작하게 됐나요?
A. 우연한 기회로 악기를 접하게 됐고 악기를 가지고 노는 게 재밌어서 놀이로서 접근을 하게 됐어요,
 
Q.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목표를 얼마나 이뤘나요?
A. 음악을 시작했을 때 목표는 없었어요. 누구를 감동시키고, 이걸로 상을 받고, 내 앨범을 내겠다는 건 없었어요. 그렇지만 원동력은 제가 좋아서 였어요. 남이 좋아해주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것에 대한 신경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냥 제가 음악이 좋고 뮤지컬이 좋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데 뭐 어쩌라고(하하).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일을 다른 분들도 좋아해주시고 높게 평가해주시니까 감사하고 그런 면에서 목표를 이루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Q. 지금까지 이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요?
A. 첫 번째는 즐거운 게 원동력이에요. 그리고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같이 하는 거잖아요. 저는 같이 하는 동료들한테 에너지를 많이 얻어요. 준비하는 기간은 굉장히 길지만 그날 그날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서 매일매일 성취감을 느끼는 짜릿함이죠. 공연을 준비하기 까지의 과정은 힘들지만 당장 반응이 오는 구조잖아요. 그런 게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것 같아요.
 
Q. 음악적 영감을 무대화 시키기 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어떤 음악들이 무대화가 되나요?
A. 주인공과 교감이 되는 음악을 만들어야 겠죠. 음악이 음악 자체로서만 있는 것도 뮤지컬에서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음악이 그림을 보여준다거나 이야기를 진행시킨다거나 주인공의 감정을 대변할 수 있는데 더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그 무대에서 감정이나 그림이나 사건을 보여주는데 한 요소로서 작용이 된다고 봐요.
 
Q. 뜨거운 싱어즈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뭔가요?
A. 어르신들이 간식을 계속 드세요(웃음). 녹화 중에 화장실을 가시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그런 게 적응이 안됐어요. 녹화라고 하면 규격화된 틀 안에서 경직된 상태에서 하는 공간인 줄 알았는데 뜨거운 싱어즈를 통해서 ‘그런 것도 삶의 여유구나’라는 걸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저희는 공식적으로 간식타임이 있어요(하하). 다같이 간식 먹고 연습하고 하루 같이 음악 하면서 즐기다가 녹화 아닌 녹화를 하고 오고 있는 게 여태까지 했던 연습이나 방송보다는 자연스럽고 더 삶이 묻어 나는 녹화현장인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서툴러도 감정표현에 있어서는 너무 진솔하게 표현해주시니까, 어떤 배우가 어떤 노래를 하던지 그 사람의 삶이 드라마처럼 보이는 감동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Q. 김문정 감독의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나 이야기는 뭐였나요?
A. 나문희 선생님과 김영옥 선생님의 이야기였고 김영옥 선생님은 개인적으로 본인이 힘드셨던 얘기를 저한테 털어놓는 잠깐의 시간이 있었어요. 그런 걸 생각하면서 노래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노래를 먼저 듣고 이 얘기를 들었는데 ‘역시나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런 노래들이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뜨거운 싱어즈가 다른 음악프로그램이나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굉장히 매력적인 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배우들과 연습에 있어서도 음악성을 끌어내야 되고 감정을 끌어내야 되는데 감정은 연습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감정이 이미 장착되어 있으신 분들이라 그분들과의 연습에 있어서 음악적인 부분은 어려움이 있지만 감정에 있어서는 저보다 더 선배님이시고 선생님들이시니까, 오히려 제가 배워요,
 
Q. 음악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음악을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자기 만족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다는 면에서 감동을 받는 사람들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다 다르게 느껴지는 거잖아요. 우리는 참 다양한 사람들한테 다양한 감정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뜨거운 싱어즈의 취지이자 목표인 것 같고 모두가 만족하고 모두의 기준치에 맞는 음악성을 드릴 수는 없어도 김영옥 선생님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았듯이 감동에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있는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음악을 잘한다는 건 특별한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감동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잘 전해주는 게 음악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Q. 뮤지컬계의 아이돌 캐스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좋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이 저변 확대되고 있는 것에 일조를 해주고 있고 뮤지컬에 문외한이었던 10대 팬들이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대중문화의 한 획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 왔다가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는 많은 사람들을 봤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돌 가수들도 방송보다 현장성에 대한 따뜻한 경험을 하면서 성장을 했다는 얘기를 해요. 그때 뿌듯하고 협업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가치를 느끼는 것 같아서 좋아요.
 

[사진= 더피트 제공]


 
Q.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인생이 바뀔 때도 있잖아요. 감독님께서도 그런 경험이 있나요? 목소리의 힘을 언제 가장 크게 느끼세요?
A. 저는 뭔가를 많이 선택을 해야 되고 판단을 해야 되는 상황에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주저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제 동료가 저한테 조용히 와서 “감독님은 언제나 옳았어요”라는 말을 해줬었어요. 이 말이 되게 힘이 되더라고요. 감독님은 언제나 옳았으니까 믿고 하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이 기억나요. 그래서 어떤 선택이나 판단을 해야 될 때 스스로 “이게 옳아”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힘들 때 힘내라는 말이 힘들어요. 힘이 없는데 힘내라는 말보다 잘하고 있을 때 “너 정말 잘하고 있어”라는 말이 오히려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Q. 조왕연 대표에게 보내지 못했던 문자 한통처럼 미처 하지 못했던 부재중 전화나 문자, 말이 있을까요?
A. 너무 많죠. 함께 작업을 하는 연주자한테 좀 더 ‘오늘 연주 좋았어. 수고했어, 너 덕분에 굉장히 음악이 살았어’ 이런 말들을 해야 되는데 못해서 매일매일 후회하고 생각날 때마다 하고 있어요. 저희 엄마한테 받았던 가르침 중에 하나가 “감사함의 표현을 미루지 말아라”라는 것들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주저하지 말아라,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라는 말도 기억에 남아요. 근데 자꾸 잊어버리죠. 조왕연 대표님께도 결국 그 말을 못했던 거였죠. 그런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싫어진다고 하잖아요. 감독님께서는 음악을 하기 싫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그 순간 김문정을 붙잡아준 건 뭔가요?
A. 당연히 일이 되면 싫어지는 순간이 있죠. 지치고 몸이 피곤할 때, 억지로 에너지를 내야 될 때, 힘들 때 힘내야 될 때 저는 과거의 기쁜 순간을 끄집어내는 것 같아요. 그때 정말 즐거웠지, 내가 왜 이걸 했지. 현재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기쁜 순간을 현재 것으로 끄집어내려고 노력을 하고 기뻤던 순간을 확장시켜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해요. 그리고 과거의 기뻤던 걸 추억으로 남겨두지 않고 활용해요. 자기 최면이고 마약 같은 느낌이겠지만 좋았던 순간을 담은 비디오를 보기도 하고 영상을 통해서 예전에 같이 했던 사람들을 보기도 하고요.

Q. 인생을 살다보면 그때 만약 이걸 했다면, 혹은 이걸 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요. 지금의 김문정 감독을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건 뭔가요?
A. 과감하게 블레 음악감독을 한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사실은 신입사원으로서 얼토당토않았던 결정이었고 그러면서 한 작품을 더 달라고 했을 때 약속을 지켜주셨던 상사와 여태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누군가의 이끌림으로 인도해주셔서 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못해서 후회한 건 그만큼의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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